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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개편」비해 도세등 비리고발 소홀/이필상(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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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개편」비해 도세등 비리고발 소홀/이필상(나의 지면평)

입력
1994.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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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독립」 강력주장 9일자 사설엔 공감대 정부조직개편안이 전격적으로 발표되자 새로운 변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갖가지 재앙, 전국적인 도세, 예산안 날치기 통과등으로 망연자실의 상태가 된 국민들로서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은 이러한 국민적 기대를 대변하며 정부조직개편내용과 진전상황을 대서특필로 다루고 있다. 한국일보는 새로 개편될 정부조직을 의표찌른 작은 정부라고 지적하고 정부기능의 긍정적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더 나아가 인사개혁을 후속과제로 제시하고 새로 출범하는 팀은 세계화 팀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12월5일자 사설 및 관련기사). 유사한 내용을 대부분 언론이 보도하였는데 이는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언론의 올바른 평가이며 바람직한 방향제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기사를 대대적으로 다루면서 우리사회의 밑둥을 썩게하는 각종 비리와 파행에 대한 보도를 의도적으로 외면한 느낌이다. 정부조직개편을 발표하기 전 국민들은 숨이 막힐 듯한 비리사건들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전국적인 도세현상은 과연 얼마나 큰 규모인가. 조직범죄단체가 된 세무공직자들에 대한 사정과 개혁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국민들을 독재의 사슬로 묶어놓고 압박과 고통을 가했던 12·12반란에 대한 기소유예는 합당한 것인가. 그리고 기상천외의 날치기로 예산을 통과시킨 양두구육문민국회는 용서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러한 사안들이 정부조직개편의 발표가 있은 후 언론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언론은 어떤 비리이건 진상을 끝까지 밝히는 소임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여론을 집약하여 합리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개편 발표와 함께 갖가지 비리의 보도를 도외시한 것은 언론이 국면전환을 꾀하려는 정부의 의도에 편승한 것으로 과거의 역사적 과오를 다시 답습하는 것이다.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비리구조에 대한 과감한 척결이 없을 경우 정부구조개편은 수렁에 집을 짓는 것과 같은 허구이다. 이런 견지에서 언론은 정부조직개편을 의표찌르는 개혁으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으나 막상 정부조직개편 본래의 뜻을 보도하는데는 의표를 찌르지 못했다. 비리척결은 정부조직 개편의 성공에 전제조건이라는 사실을 언론은 묵과해서는 안된다.

 평소 경제문제에 대해서 명쾌한 비판으로 시원한 공감대를 자아냈던 한국일보가 한국은행의 독립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12월8일 11면기사, 12월9일 사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의 핵심은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하여 재정경제원으로 묶은 것이다. 이는 관치경제의 간판을 내리고 민간경제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경제운영방식의 대전환을 상징적으로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요내용으로 빠진 것이 중앙은행의 중립화이다. 아무리 전문적인 서비스체제로 개편된다 할 지라도 행정조직은 돈을 마음대로 발행하는 권력이 쥐어지는 한 정치권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먹이사슬을 이룬다. 선진국의 경우 중앙은행은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최고기관으로 대통령의 지시도 받지 않을 정도로 중립성이 강하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으로 재정경제원이 경제정책의 전권을 장악한 최대 권력부서로 등장했다. 따라서 경제정책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에 대한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이에 한국일보의 「한국은행 독립」주장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버팀목을 세우는 것으로 정부조직개편의 정곡을 찌르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려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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