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지방행정계층구조와 구역은 왕조시대 통치와 일제식민지배를 위한 체제의 기본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식민통치의 용이성만을 감안해 세분화된 행정계층구조가 건국후에도 큰 변화없이 오늘에 까지 이른 것이다. 그로인해 행정계층구조와 구역체제는 집권화, 관료화의 가속에 편승해 하향적 통치방법의 기본수단으로 정착되고 말았던 것이다.
중앙정부→시·도→시·군·구→읍·면·동으로 이어지는 4단계 행정계층구조는 폐쇄성과 중앙지향성 때문에 종적인 의사전달만이 있고 횡적(횡적)인 협조관계가 불가능해 주민들의 사회·경제활동에 폐쇄성을 가중시켜왔다. 또한 지방자치의 활성화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방의 자기사무 자기재원 자기처리란 지방자치의 큰 원칙을 실현하는데도 방해물이 되고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과다한 지방행정계층구조를 능률위주의 미래지향형으로 간소화하는 개편의 필요성은 일찍부터 제기돼왔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내무부가 중앙정부기구의 개편과 맞춰 지방행정계층구조를 일대개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개혁안을 거의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내용을 보면 시·도를 없애고 전국 2백70개 시·군을 60∼70개로 확대 개편하는 새로운 행정계층을 둬 현재의 3단계계층구조를 2단계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일대혁명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고려시대부터 1천년이상 시행돼온 도제를 폐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는 중앙과 시·군을 연결하는 중간계층의 조장행정계층에 불과하며, 그것이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뿌리가 되었고 지방자치의 근본인 기초자치의 활성화에도 큰 장애가 되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도제폐지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김영삼대통령이 『지금은 지방행정계층구조 개편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못박고 『더이상 논의하지 말것』을 지시한 것으로 보면 그것은 다시 물밑으로 들어갈 듯하다. 지금은 내년6월로 예정된 기초및 광역단체장선거를 불과 반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선거전에 지방행정계층구조를 바꾼다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는 하다.
앞으로라도 지방행정구조를 뿌리째 뒤흔드는 혁명적인 개혁을 단행하려면 그 방법과 내용을 마련하는 단계에서부터 국민여론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공론화가 선행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이런 중대 사안은 밀실에서 진행해 갑작스럽게 공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깜짝쇼와 같은 개혁은 중앙정부조직 개편으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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