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행정개혁에 성공한 나라로는 미국과 일본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차대전이 끝나자 최대의 과제는 전쟁수행으로 배로 늘어난 정부기구와 인원을 대수술하여 평시체제로 정비하는 것이었다. 트루먼대통령은 위원장에 후버전대통령, 위원에 각계중진 12명, 전문가·학자등 3백명으로 행정개혁위원회를 발족시켜, 10여년동안 정부기구전체의 기능을 정밀심사한 다음 조직과 기능 및 인원을 재편, 재배치하여 오늘날 초강대국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일본의 경우 관료체제가 패전의 잿더미에서 경제대국으로 부흥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공룡같은 거대한 조직과 힘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역대정권이 나섰음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1981년봄 스즈키(영목)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행정개혁을 단행하겠다』며 임시행정개혁추진심의회를 구성, 재계의 원로인 도코 도시오(토광민부)전경단련회장을 삼고초려로 추대했다.당시 85세의 도코는 「국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며 스즈키에 이어 나카소네(중증근)총리로부터 개혁의 전권과 일체의 불간섭을 다짐받았다. 그는 5년3개월동안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리부등 모든 행정기구들을 철저히 재심하고 미래를 겨냥, 밖으로는 세계화, 안으로는 국민봉사와 능률행정을 위해 기업경영의 합리화방식으로 문제있는 기구들은 가차없이 정리했다.
특히 관료들의 반대를 누르고 국철·전신·전매공사를 민영화했다. 86년6월26일 도코가 『행정개혁은 21세기를 지향한 국가쇄신의 작업입니다. 본인은 보지못하지만 손자·증손자시대에는 그 열매가 맺힐 것입니다』라는 퇴임 성명을 내자 국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보답했다.
지난 3일 정부가 전격단행한 행정조직개편은 규모면에서는 정부수립 이후 최대임에 틀림없다. 과거 3공때는 행정개혁조사위를 상설화하고도 특별한 작업을 펼치지 못했다. 81년 10월 5공정권은 서기관급 이상 5백31개 직위를 폐지하고 장·차관급 8명등 수천명을 감축했다며 생색을 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기구를 회복시켰고 6공정부는 기껏 1년이상 내실있는 개편안을 만들고도 소폭개편에 그친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김영삼대통령으로서는 이번 개혁을 초기 2개부를 축소한데 이어 「작은 정부」공약의 이행인 한편 지속적인 변화와 개혁작업, 특히 국제화·세계화를 지향하기 위한 국제경쟁력 강화에 명분을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행정개혁은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행정조직과 기능은 오래 방치하면 노쇠하고 침체되기 때문에 시대의 변화·내외정세의 변화와 국민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게 고쳐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우선 행정개혁의 이념·목적·방향의 제시가 미흡했고 최소한 20∼30년 앞을 겨냥하여 총체적인 국가경영의 차원에서 능률·생산적인 기능보다 산술적인 기구와 인원감축에 초점을 맞춘 인상이 짙으며 시간을 두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격단행은 잡음과 입김을 차단할 수 있기는 해도 자칫 부작용을 초래할 여지가 큰 것이다. 또 전격 단행하는 것이라면 총무처가 새 정부기구·부처의 국·과안까지 제시했어야 함에도 각부처에 대해 줄여서 갖고 오라는식은 세계화지향방침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제 기왕 단행된 이상 정부는 행정기구개편이 성공·정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먼저 능률·생산성·서비스면에서 경제 외교안보 사회복지 교육문화체육 교통통신등 모든 정부기구의 기능을 재검토·조정하는 것이 긴요하다. 각 조직기능간의 유관성(유관성)·유사성·중복성을 재편해야 한다. 다음 앞으로는 국·과에서 대부분의 정책구현과 인·허가가 결정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는게 중요하며 또 지방분권화를 과감하게 단행해야 한다. 셋째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하고 조직과 기능 재편·재조정과 함께 능력위주의 인사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것은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일이다.
지금 공무원사회는 대지진으로 긴장속에 술렁이고 있다. 세계화와 국가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보다 합리적인 개혁으로 국정경영을 쇄신할 때 공무원들의 희생과 시련은 값진 보람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외형적이고 산술적인 기구·인원의 축소·감축보다 내실있는 기능조정에 역점을 둬야 한다. 정부는 세계화 추진의 성패는 행정개혁에서 판가름난다는 점을 인식해야할 것이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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