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현실의 벽 넘기 힘들다”/일부선 필요성 거듭제기 불씨안꺼져/민주/소규모 지자체 재정약해 예속불가피/“도폐지는 신중앙집권 발상”/민자 지방행정구조개편 문제가 정치권의 촉각을 곤두서게 하고 있다. 단행여부와는 관계없이 내무부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개편방안을 연구중임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내년의 지자제선거와 관련, 개편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이다. 반면 민주당은 여권의 개편추진 움직임을 지자제선거연기의 의도와 연계시켜 이를 반대하고 있다.
▷민자당◁
민자당은 지방행정구조 개편작업이 시간적 제약과 제반 정치적 현실의 벽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일단 문제를 공론화시킨 데 의미를 두겠다는 표정이다. 특히 김영삼대통령이 10일 김종필대표와의 주례회동에서 당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내년의 지자제선거를 예정대로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에서 지방행정개편문제를 더이상 거론하지 말도록 지시하자 짐을 덜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최형우내무장관등이 비록 「개인적 소신」과 「여야의 합의」를 전제로 했지만 개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손학규의원등 적잖은 당내세력이 「사회경제적」관점의 접근을 주장하고 있어 불씨가 완전 소멸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같다.
하지만 이들도 지방행정구조 개편문제가 지자제일정의 변경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대목에 이르면 목소리를 한풀 꺾는게 사실이다. 더구나 행정계층의 축소와 조정문제는 곧바로 국회의원 선거구문제와 동전의 앞뒤를 이루는 것이어서 엄청난 정치적 소용돌이를 몰고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민자당은 개편의 현실화여부보다는 현체계의 불합리성을 여론에 공론화시킨 정도로 만족하겠다는 태도이다. 일단 내년 6월 지자제가 전면실시되면 지방행정의 기본틀을 바꾸는 것은 지역할거주의의 강화 때문에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현정권의 임기말이나 다음 정부에서 이 문제를 재추진할수 있는 최소한의 자락을 깔아놓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한 고위당직자는 『세계화와 지방화는 같은 개념인 만큼 진정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지방조직을 한시라도 빨리 개편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당위론적 시각』이라며 『하지만 이로 인해 지자제선거를 연기하는 것은 정권의 도덕성문제와 직결된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시인했다.
이 당직자는 또 『대통령도 정부조직개편의 필요성 만큼이나 지방행정조직의 수술당위성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 작업을 밀어붙일 경우 예상되는 정치권의 갈등과 여론의 오해로 소모적인 논란이 계속된다면 이로인한 후유증이 세계화의 발목을 잡을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김대통령의 집안단속 지시로 지방행정개편 문제는 수면 아래로 들어 가겠지만 정치권에 던져진 숙제가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게 민자당의 생각이다.【이유식기자】
▷민주당◁
민주당은 여권의 지방행정구조개편 움직임을 지자제선거를 연기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단시일내에 이루어지기 힘든 지방행정구조개편의 추진은 지자제연기를 전제로 깔고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여권이 여론을 가늠해보기 위해 슬슬 띄우는 바람잡는 단계』라며 일단 여권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부분 의원들은 『만약 여권이 이를 추진한다면 극한투쟁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자제선거가 6개월밖에 안남았는데 무슨 수로 구조개편을 할 수 있느냐』(조세형·조세형최고위원) 『지자제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문민정부라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박정훈·박정훈의원) 등 대부분의 반응이 지방행정구조개편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여권의 추진 가능성이 갖고 있는 목적에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적 차원외에도 내용면에서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우선 구조개편의 골자중 하나인 도폐지가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박상천의원은 『도가 5∼6개로 나눠져 없어진다면, 기초단체들이 직접 중앙정부를 상대해야한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해 교부금을 받는 소규모의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 쉽사리 예속된다』고 경고했다. 박의원은 『도의 폐지는 지방자치가 아닌 신중앙집권시대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장재식의원은 『교통 쓰레기 상·하수도 공단건설등 광역행정의 필요성이 날로 급증되는 상황에서 도를 없애는 발상은 현명 하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장영달의원은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역도 해야하는 무한경쟁시대가 온다. 시·군 3∼4개가 합해진 지자체가 캘리포니아주와 상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도폐지의 근거로 나오는 지역감정해소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지역감정이 도가 있어서 생겼느냐. 원인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하고있다. 김태식의원은 『과포화된 기존 공업지역에 투자되는 자금의 10%를 저개발지역에 투자하면 10배의 효과도 거두고 지역감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마디로 내용면에서도 약점이 많은 도폐지등의 구조개편을 굳이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여권이 논의의 차원에서 구조개편문제를 제기한다해도 민주당은 수용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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