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부터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사무소가 세워지고 성조기와 인공기가 휘날리게 된다는 것은 또하나의 엄청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예정된 것이지만 미국과 북한이 워싱턴에서 가진 실무회담에서 연락사무소교환설치에 관해 거의 합의한 것은 북·미관계의 개선을 실천하게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하겠다. 이번 미북 양측은 연락사무소를 내년 4월께 개설을 목표로 4∼5명의 요원을 두고 부과장급을 소장으로 하며 우선 영사기능만을 맡기로 합의했는데 미국측은 특히 연락사무소가 1961년의 빈조약에서 규정한 최저수준의 외교관계라고 애써 설명하고 있다.
물론 외교관계를 갖고 있지않은 나라에서 대표부도 아닌 연락사무소는 문자 그대로 단순한 연락창구로서 쿠바의 수도 아바나 주재 미국의 이익사무소(INTEREST SECTION)를 예로 들지만 사무소건 대표부건 실제명칭은 큰 뜻이 없다. 미국과 중국이 수교전 지난 73년부터 6년간 연락사무소만을 교환유지하면서도 사실상 정치·통상·군사·영사등 모든 외교관계업무를 수행해왔고 현재 대만에 미국사무소를 운영하면서도 통상등 준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은 핵동결·폐기의 초기단계여서 가장 낮은 수준의 사무소설치에 합의했지만 필요와 상황변화에 따라 과거 미국·중국간의 사무소운영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필요와 상황변화라는 것은 북한이 전통적인 한미관계를 이간시키고 미국으로부터 각종 규제의 조기해제 및 경제협력등을 얻기위해 핵합의 이행속도의 조절과 기타 정치적인 유화조치를 취하는 것을 뜻한다. 또 미국으로서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또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기위해 각종 선심조치내지 완화정책을 구사할 경우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미북간의 사무소개설준비에 관한 합의에 우리정부와 국민은 놀라거나 우려만 할 필요는 없다.
북한이 지금까지 제1의 원수와 적으로 규정, 비난해왔던 미국수도에서의 연락사무소개설은 폐쇄적인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또 장차 그들이 일본등 서방제국과 다각적인 관계를 증진하게 하는 계기가 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워싱턴공식진출에 대해 기대와 함께 분명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북한의 한미관계에 대한 이간전략과 함께 특히 1백50만 재미교포사회에 대한 평화공세로 분열을 부채질할 여지가 다분히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미국에 대해서도 북한을 한반도정책, 즉 남북한등거리정책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대미외교를 강화, 미국과 전통적 협력관계를 재확인하고 북·미관계의 개선속도와 수준이 반드시 북한의 핵합의이행 및 남북관계개선과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못박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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