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일정 고려 “조속통과” 주장/여/“졸속처리 안돼” 공청회 등 요구/야 정부조직개편을 위한 정부조직법개정은 예상대로 험로였다. 9일 국회 행경위는 심의방법과 속도에 대한 여야의 이견으로 두 차례 정회 끝에 간신히 법안을 상정만 한 채 토론은 오는 12일로 미뤘다. 그렇다고 12일 이후의 심의일정이 순탄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야당은 정부조직법안만을 다룰 소위구성을 관철시킴으로써 14일까지 상임위심의를 끝내려던 여당계획을 흔들어 놓았다.
여야는 이날 우선 심의속도를 놓고 「속전속결」과 「시간끌기」로 갈라졌다. 개각등 향후 정국운영스케쥴을 의식한 여당은 빠른 심의·처리를 주장했다. 반면에 야당측은 『정부조직개편은 백년대계인 만큼 공청회등 모든 의견수렴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당론인 「내년 1월 임시국회통과」로 맞섰다.
본안인 정부의 조직개편내용에 대해서도 여야의 시각차는 뚜렷했다. 이미 당정협의를 가진 여당측은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키는 조직개편이란 불가능하다』며 정부안을 수긍했다. 이에 비해 야당측은 『시간적으로 너무 졸속이며 내용면에서 정작 손대야 할 부처를 그대로 놔둔 경우가 많다』고 절차와 내용을 모두 문제삼았다. 다만 한 가지 여야가 일치했던 점은 『정부조직개편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성과 명분 뿐이었다.
본격토론은 뒤로 미뤄졌지만 민주당측은 이날 자신이 제출해놓은 정부조직법개정안토론이라는 변칙적 방법으로 정부의 이번 개편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유준상 의원은 『정부의 조직개편은 너무 즉흥적이며 밀실에서 마련된 흔적이 짙다』고 비판했다. 문희상 의원은 『정부의 개편대상은 너무 경제부처에만 치중돼 있다』며 『어떻게 이처럼 중요한 사안을 장관과 과장 사무관등 세 사람이 단시일 내에 결정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채영석 강철선 의원도 『공보·보훈·총무처등을 그냥 놔두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지방자치시대에 왜 내무부는 그냥 놔두느냐』고 따졌다.
황영하 총무처장관은 답변에서 『조직개편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연구해온 사안으로 결코 졸속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보처는 정부홍보등 다른 부처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나름의 역할이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현재의 조직개편안이 최선임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황장관답변에 대해 야당측이 질문공세를 그치지 않자 여당측에서는 조용직 차화준 의원등이 나서 『국회가 빨리 입법작업을 마쳐야 공무원사회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조속한 심의를 촉구했다. 하지만 김덕규 위원장등 야당측에서는 『전체회의 토론은 물론 공청회 청문회등의 여론수렴절차도 있어야 한다』고 버티며 반대했다.
이에 앞서 회의는 여야가 그리는 그림이 너무나 달랐던 탓에 시종 위태위태한 행보를 계속했다. 여야의 치열한 신경전은 의사일정 합의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 민자당의 조용직 간사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정부조직법개정문제를 가장 먼저 다루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덕규 위원장과 강철선 간사등 야당측은 『정부조직법은 계류안건중 가장 늦게 회부돼 왔으니 상정순서도 마지막이 돼야 한다』고 고집했다. 결국 정부조직법개정안은 이날 7개 안건중 꼴찌로 상정됐다.
이날 회의는 정부조직법처리문제로 인해 정기국회 막판에 또 한 차례 파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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