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차원” 순수성 강조/「선거연기」 맞물려 실현 회의적 여권핵심부에서 지방행정구조개편을 시사하는 징후들이 점차 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청와대와 내무부등 여러곳에서 행정구조개편을 위한 실무적 검토가 완료돼 대통령의 최종결단만 남았다는 얘기들이 거침없이 나돌고 있다. 이 문제가 지자제선거와 직접 연결돼 있어 계속 정치적 논란을 낳고 있음에도 불구, 정부관계자들은 『여러 방안들을 검토해 온 것은 사실』이라며 『남은 문제는 어떤 정치적 판단을 내리느냐하는 것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내무부는 청와대 총리실등의 지시에 따라 독일 일본등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고 수차례의 여론조사를 통해 ▲도를 없애는 방안 ▲읍면동을 폐지하는 방안 ▲도를 없애고 시군구와 읍면동을 각각 5∼6개씩 묶어 통합운영하는 방안등의 장단점에 대한 연구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결과 내무부는 특별시와 직할시체제를 바꾸고 도를 없애는 3번째 방안쪽으로 결론을 냈다는 후문이다. 이는 도체제가 중앙과 지방간의 업무조정등을 위한 것이어서 실질적 지방행정단위가 아니라는 점과 도를 없앰으로써 만성적인 지역감정의 해소에 일정부분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를 두고 있다.
정부는 이와함께 일단 내년 6월 이후 지자제가 전면실시되면 자치단체간의 이해상충 때문에 지방행정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최종결단이 내려지면 새해초부터 이를 서두를 방침이다. 내무부관계자들은 『일본의 경우 주민 3백명이 하나의 자치단체를 구성한 지역이 있어 개편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지만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전혀 손을 못대는 실정』이라고 예를 들고 있다.
이와관련, 최형우내무장관은 9일 국회내무위 답변에서 「개인적소신」임을 전제로 『세계화와 국제화는 불합리하고 낭비적인 행정조직을 개편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정치논리로 이 문제를 보아선 안되며 국가경쟁력강화 차원에서 정치권이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해 개편의 필요성을 공식제기했다.
최장관은 그러나 「지자제선거를 연기하려는 음모적 발상」이라는 야권의 지적에 대해 『지방행정구조 개편은 지자제선거와는 무관하며 정부는 제반 선거준비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해 지자제선거일정은 불변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은 행정구조개편의 이면에 지자제선거연기라는 복선이 깔려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고 여당 역시 『과연 할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을 하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자당당직자들은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가 아니냐. 야당의원들도 사적으로 만나면 지자제선거전에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작업의 방대함이나 후유증을 생각할 때 여권이 선거를 앞두고 과연 그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맞춘듯이 말하고 있다.
반면 송천영 손학규의원등 상당수 민주계의원들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 30년 묵은 과제인 정부조직도 혁명적으로 개편하는 마당에 지방행정구조개편도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바꾸는게 정부의 책무』라며 『이 문제를 지방선거연기라는 음모적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고 적극론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방행정구조 개편을 단행하자면 내년 6월로 예정된 지자제선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어쩔수 없다. 행정구조개편의 현실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의 가장 큰 이유이다. 정부는 이 문제가 지자제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일단 개편작업이 시작되면 필연적으로 선거연기주장이 머리를 들게 돼 격렬한 정치적 소용돌이를 몰고올 것 이라는 견해가 많다. 더구나 도를 없애는 것은 야당이 반대할 게 뻔해 여야협상대상이 될 수 없는 데다 읍면동을 폐지하는 경우 수만명의 「실직그룹」을 양산하게돼 선거구도가 뿌리부터 뒤 흔들린다는 것이다.
또 정부조직개편으로 중앙공직사회가 홍역을 치르고 그 수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번엔 지방공직사회까지 흔들게 되면 그 파장을 어떻게 뒷감당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민자당의 정책관계자들은 『내년에 선출되는 단체장에 한해 임기를 3년으로 한 만큼 앞으로 여야간의 충분한 협의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대통령임기말인 98년초에 행정구조개편을 단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문제는 이제 대통령의 최종결심에 달린듯하나 가부간 방향을 분명히 제시해 소모적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 의견이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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