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운영 「쌍두마차」 체제로/한은,재경원 견제역할 커질듯/금통위장 부총리 격상 독자성 강화 의미 「12·3정부조직개편」에 따른 경제팀의 얼개 변화는 부처간 기능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경기정책등 굵직굵직한 경제현안이 청와대(경제수석실)와 재정경제원(현 경제기획원+재무부)의 조율에 의해 처리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경제정책의 주도부처가 현행 「청와대―경제기획원―재무부」의 트리오체제에서 앞으로는 「청와대―재경원」의 쌍두마차체제로 바뀌게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참모진이 턱없이 부족한 청와대로서는 기술적인 정책판단은 재경원에 의지해야 할 형편이다. 청와대경제수석실은 최고통치권자인 대통령의 국정운영구상을 재경원에 전달하는 차원에서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재경원은 현재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양분하여 갖고 있는 조세정책(세제실) 예산편성정책(예산실) 금융정책(금융정책실)등 거시경제정책의 3개축을 모두 장악하게 된 「슈퍼부처」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이 슈퍼부처의 전횡 가능성에 대한 견제다.
어떠한 정부기관이나 사람도 중요한 국면에서 전지전능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견제와 균형은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경기정책과 관련, 확장이냐 긴축이냐 하는 판단은 향후 2∼3년의 경제흐름을 좌우할 아주 중요한 정책결정이지만 재경원의 정책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단정을 내리기 어려울 때가 많을 것이다. 지금은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상호견제기능을 하고 청와대가 선택하는 입장이어서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경제팀안에서의 재경원 견제기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등 선진국의 경우 행정부의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견제는 중앙은행의 몫이다. 한국은행의 독립성보장문제 내지는 위상강화론이 새삼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정부는 그러나 이미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의장을 재무장관에서 재경원장관으로 바꾸기로 했다. 법률적으로는 한은독립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것. 그러나 정책운용면에서는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의장이 재무부장관에서 경제부총리로 자동 격상되었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은이 경제팀 안의 준경제부처로 격상되었음을 의미한다.
정부고위당국자는 『한은의 독립성을 법률적으로 보장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일본처럼 정책운용면에서 중앙은행의 독자적 정책판단기능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역할조정(실질적 독립성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경원의 막강한 권한도 지금추세대로라면 급속도로 약화될 전망이다. 금융자율화가 진전될수록 금융정책실의 권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세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가 본격화되면 국회의 기능조정이 불가피하다. 국회로서는 조세법률주의를 내세워 조세정책기능을 강화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것은 예산편성권이다. 미국등 선진국에서도 행정부는 예산권을 통해 산하부처와 지방정부를 통솔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삼대통령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출범에 대한 효율적 대응(통상산업부 농림수산부) ▲도로 항만 공항등 사회간접자본시설확충(건설교통부) ▲정보화시대에 대비한 정보통신산업육성(정보통신부)등 3대 기본과제를 경제팀에 부여했다. 경제팀장의 행정능력은 재경원의 막강한 정책수단을 활용하여 이러한 3대기본과제를 어느 정도 실천하느냐에 따라 평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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