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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 한국의 냄비외교/이장훈 모스크바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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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 한국의 냄비외교/이장훈 모스크바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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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와 일본이 최근들어 눈에띄게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북방4개섬문제와 러시아 국내 정치불안등을 이유로 대러시아외교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올레그 소스코베츠러시아제1부총리가 방일했을 때 일본은 북방4개섬문제는 거론치 않은채 러시아의 대일 부채상환연기와 새 차관 제공등 오히려 러시아와 협력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일본은 또 내년 1월중 안드레이 코지레프러시아외무장관의 도쿄방문을 요청했으며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총리와 이반 리브킨하원의장등 러시아 고위정치지도자들도 초청했다.

 일본이 이처럼 대러외교를 강화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21세기 동북아의 강자로 부상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카드가 필요하다는 속셈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둘째, 일본경제가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극동지역과 시베리아의 엄청난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북방4개섬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장기적인 포석하에 대러외교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역시 일본의 전략을 눈치채고 있으나 경제발전을 하려면 일본의 자본이 필요하고 중국을 견제하는데도 일본과의 협력강화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은 장기적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나 우리정부는 주변국들의 움직임에 둔감한 듯 하다. 수교 4년이나 지났으나 경제공동위원회도 한번 열지 못할만큼 대러외교에 소극적인데다 투자나 무역신장도 지지부진하다. 미일에 편향된 탓인지 러시아는 마치 잊혀진 나라같다.

 한소 수교당시 마치 통일이나 된 것처럼 흥분하던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우리도 21세기를 대비, 「졸속」이나「냄비」외교가 아닌 장기적 외교플랜을 마련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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