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카페 공화국」 연우무대 31일까지 무대는 온통 신문으로 덮여 있다. 의자 탁자 벽등. 문틀만 빼고. 12층 건물의 꼭대기층에 있는 「카페 공화국」에서 손님들은 제각기 음악을 듣거나 잡지를 읽는다. 그런데 갑자기 총을 든 강도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놀라고 당황해서 허둥지둥댄다. 그순간 우루루 꽝, 꺄아…! 우당탕, 어?
12층 건물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거의 무너지고 앙상한 철골구조만 남는다. 신기하게 12층 카페는 무사하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극단연우무대가 31일까지(화∼금 하오4시30분 7시30분 토일 하오3시 6시) 연우소극장(7447090)에서 공연하는 연극 「카페 공화국」(이상범 박상현작)은 숨쉴틈없이 몰아친 대형참사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무력감과 방향상실을 풍자한 작품이다. 구포열차사고, 위도 페리호침몰 참사, 아시아나 여객기추락 참사,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이어 7일 발생한 아현동가스폭발사고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를 총체적으로 옥죄고 있는 위기감과 허탈감, 그러면서도 아무도 책임질 줄 모르는 당국의 복지부동을 실감나게 무대에서 재현한다.
「카페 공화국」의 손님들은 구조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큰 걱정없이 기다린다. 저 아래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을 못 볼 리가 없다고 믿기때문이다.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진 관리인이 줄을 타고 12층 꼭대기까지 올라오지만 그의 대답은 암울하다. 대통령 취임식에 사람들이 정신이 팔려 건물 무너진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연극은 생사의 위기에 몰린 사람들의 개성과 대응이 주가 된다. 「공화국」은 카페의 이름이자 한 국가를 상징한다.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향해 질서를 중시하는 손님은 『우리는 내부의 적과 외부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차 한 잔의 주문도 통일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환난을 극복하는가』라는 대사를 던지기도 하고, 『한 사람의 희생으로 우리가 다 살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기도 한다. 12층 꼭대기에서 한 사람이 뛰어내려 죽으면 사람들이 구조대를 보낼 것이라는 계산에서이다.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발해를 꿈꾸며」를 불렀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구조대는 끝까지 오지 않는다.
연출자 박상현씨는 『이념이 몰락하고 의미있는 것이 없어진 시대에 이 연극은 하나의 농담이다. 그렇지만 의미없는 농담이 아니라 뭔가 생각하게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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