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국산화」 목표자체가 무리/「스카우트 배제」 이미 물건너가 「삼성의 약속」이 이번에는 지켜질 것인가. 삼성의 승용차사업 진출이 상공자원부의 전격 수리로 기정사실로 굳어지자 삼성이 승용차사업 진출의 조건으로 내세운 약속의 실현여부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방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측은 그룹총수까지 나서서 각서까지 썼으니 이번에는 믿어달라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기존 자동차업체와 재계는 각서에 대한 아무런 법적제재 수단도 없는데다 삼성이 여러번 약속을 어긴 전례에 비추어 이번 약속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는 태도다.
기존업체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건 「삼성의 약속」은 대체로 3가지로 요약된다. 그 3가지는 ▲수출비율을 늘려 내수시장에서의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을 피하겠다는 것 ▲부품국산화율을 최대한 높이고 독자고유모델을 빠른 시일내 개발하겠다는 것 ▲기존업계의 인력스카우트를 배제하고 부품업체를 자체 육성, 기존업체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등이다. 그리고 이 약속을 공개각서에 담았다. 이 각서에는 이필곤(이필곤)21세기기획단회장 경주현(경주현)삼성중공업부회장의 서명과 함께 이건희(이건희)삼성그룹회장이 확인서명을 했다. 삼성그룹전체의 「명예」를 걸고 약속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표명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기존업체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의 이같은 약속은 승용차사업을 일단 따내고 보자는 다급한 심정에서 마련한 여론무마용에 불과할뿐 실현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기존업체들은 삼성의 수출주력약속이 허구라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동차수출의 경우 차량에 대한 양산체제를 갖춘 후에도 수출대상국의 안전도나 배기가스규제등과 관련된 각종 인증획득과정을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거쳐야 수출이 가능한 것이 보통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때 삼성이 97년까지 언제 자동차를 개발하고 공장을 짓고 수출인증을 얻어 98년도에만 생산대수의 30%를 수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삼성이 생산할 2천㏄급의 중형승용차가 현재 기존업체에서도 수출이 거의 안되는 차종이고 닛산과 기술제휴로 만든 차가 수출지역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국제계약 관행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설령 기술도입계약 내용에 수출지역제한이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독자기술을 확보해 나가려는 삼성이 앞으로 수출대수등 닛산이 요구하는 여러가지 제한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결국 수출은 되지 않을 것이며 기존업계와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생존싸움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국산화비율과 기술자립화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승용차 생산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국산화비율을 3년만인 98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결국 도입부품을 국내에서 재조립하는 형태로 국산화비율을 높이는등의 편법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의 스카우트배제약속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이미 3백여명이상의 고급두뇌를 빼간 마당에 삼성의 약속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기존업계와 재계는 삼성이 처음부터 지키기 힘든 약속을 한 사실과 함께 수차례에 걸쳐 약속을 어긴 사실을 중시, 삼성이 또다시 「부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상용차사업에 진출하면서 승용차사업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루해를 넘기지 못하고 깨버린 것은 신뢰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는 것이다. 상용차 석유화학 가전사업에 각각 진출할 당시에도 이번 승용차사업진출때와 마찬가지로 내수경쟁을 피하기 위해 수출에 주력하겠다는 조건하에 사업을 따냈었다. 이 공약(공약)들은 대부분 공약(공약)이 되고 말았다. 삼성의 이런 전력(전력)에 비춰볼때 각서까지 썼다고 하지만 이번 약속이라고 해서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삼성이 약속을 어긴다 해도 각서에 대한 아무런 법적인 제재수단이 없는만큼 각서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특히 각서를 담보로 요구한 상공부마저 정부조직개편으로 통상산업부로 개편, 역할이 축소되고 이 개편과정에서 해당장관은 물론 실무자까지 대폭 물갈이를 하게 되면 각서를 받아들인 실체마저 찾기 어렵다. 각서의 효력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삼성의 승용차사업 진입에 따라 대변동을 겪게 될 국내 자동차산업의 운명은 각서에 실린 한 재벌그룹의 명예와 도덕심에만 내맡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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