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독립성문제가 이번의 엄청난 정부조직개편을 계기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한 재정경제원원장이 재무부장관이 맡아온 금융통화위원회의장을 승계한다고 밝힘으로써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되는 것을 서둘러 봉쇄하려는 것같다. 그러나 그렇게 얼버무려 타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무원사회에 가공할 태풍을 몰아온 정부조직개편안의 진의가 청와대의 발표대로 「작은 정부」에 있다면 한은독립성문제는 진지하게 검토돼야하고 가능하다면 이를 실현시켜줘야 한다고 본다.
한은의 독립성문제는 48년 대한민국정부수립이래 실로 반세기에 걸쳐 재무부와 한은이 겨루어 온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주도권싸움이다. 지금까지 한은의 도전은 재무부라는 난공불락의 철옹성앞에 번번이 무산됐다.
이제 한은의 독립성문제를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겠다. 단순히 영토싸움으로 볼것이 아니라 정녕 한국경제를 위해 어느쪽의 입장이 타당한가를 객관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한은과 재무부 양자의 입장은 너무나 잘 알려져있다. 한은측의 주장은 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물가의 안정이 필요하며 이것을 위해서는 통화의 안정이 요구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통화·신용정책을 독립적으로 수립,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한은법과 정부조직법을 개정, 한은총재를 한은의 최고정책의결기구인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의장으로 할것등 관련법규의 개정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한 재무부의 응수는 변함없다. 통화신용정책은 경제정책의 일부로서 다른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루면서 운용돼야 하고 이를위해 중앙은행에 대해서는 제도적 연결장치를 둬야한다는 것이다.
양자의 주장을 공론에 부치면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으나 금융계와 학계는 단연 한은주장지지가 압도적이다.
우리도 한은편에 서고 싶다. 첫째는 신설되는 재정경제원은 예산편성권과 징세권등 재정(세입·세출)을 완전히 통합하게 됐을 뿐만아니라 통화·신용, 국제금융, 증권·보험의 제2금융권까지 승계, 지배하게 돼 슈퍼부서가 될것이 확실하다. 통합에 의한 능률제고가 기대되고 있으나 역기능도 예상된다. 앞으로 경제정책의 목표는 성장보다는 안정에 역점을 둬야할 것이고 보면 통화·신용정책은 분리, 재정에 대해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 둘째는 정부가 추진하는 은행의 자율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독립부터 실현하는 것이 첩경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정부조직개편이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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