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가 최현 무대 한평생 춤의길을 걸어온 인물을 놓고 그를 원로무용가로 지칭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춤일대기를 정리하는 무대를 가진 한국무용가 최현에게는 원로라는 말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한계를 인정해야 할 것같은 「원로」라는 느낌에 비해 그의 춤은 늘상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면 「춤사위에 대한 특유의 통찰력」에서 열쇠를 찾아도 무리가 없을 것같다. 기방춤이 무대화되면서 겪게 된 혼란이 수습되면서 한국춤의 정형화가 가능했다면 최현은 이 춤사위에 감정과 표현력을 이입하면서 일가를 이뤘다.
「비원」 「비상」 「녹수도 청산을 못잊어」 「군자무」 「허행초)」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제목이 던지는 이미지들이 곧 그가 고집하는 춤의 정의라고도 보인다.
궁중여인들의 자태와 일상을 그리는 「비원」에서는 한국여인의 품위와 사라져가는 놀이풍습이 등장한다. 이를 좀더 발전시키면 군자무에서 매 란 국 죽의 여인상으로 귀결된다. 최현의 여인상은 이 두 작품속에 완벽하게 담겨있다고 생각된다.
그의 여인들은 아름답고 깔끔하며 화려하고 우아하다. 춤사위를 익히기 이전에 갖춰야 할 자태다. 작품속의 여인들이 지닌 이러한 향기 때문에 「이시대의 마지막 낭만주의자」라는 그의 별명이 정겹다.
명작무로 선정된 「비상」은 남성춤의 절도와 기개, 최현춤 특유의 흥과 품위를 지닌 대표작이다. 날고싶은 욕망이 주제다.
재미있는 사실은 「비상」이 올해 초연작 「허행초」의 등장을 이미 20년전에 예견한 듯하다는 억측이 가능하게도 작품간의 연계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욕망과 초월이 두 작품의 쟁점이듯 최현춤의 귀결은 「빈마음, 빈손이 춤으로 가득하다」는 묘사로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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