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워싱턴의 두가지 풍경/정진석 워싱턴특파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워싱턴의 두가지 풍경/정진석 워싱턴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12.09 00:00
0 0

 7일낮(현지시간) 워싱턴 펜실베이니아가의 윌라드호텔. 외국 국빈들이 단골로 묵는 워싱턴 한 복판에 있는 호텔이다. 서쪽으로 한 블록만 내려가면 백악관의 넓은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국무부청사까지도 걸어서 5분거리다. 거리가 지척이 아니더라도 백악관과 국무부 사람들은 이날 귀가 좀 간지러웠을것 같다. 이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클린턴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사정없이 꼬집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공화당 싱크탱크인 「미국 강화위원회」가 마련한 자리였다. 이 위원회는 뉴트 깅그리치연방하원의장내정자와 잭 캠프전주택도시개발장관, 진 커크패트릭전유엔대사등 쟁쟁한 보수인사들이 만든 공화당의 외곽단체다. 미국강화위는 아마도 중간선거이후 불어닥친 보수선풍을 더욱 부채질하려는 요량으로 이같은 모임을 기획한 것 같다. 회견주제는 다름아닌 「클린턴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비판」.

 예상대로 북핵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미국은 깡패국가에 쩔쩔매며 협상을 이끌어 왔다』 『클린턴행정부는 적과 동지를 혼동하고 있다』 『미국은 나약한 외교를 중단해야한다』는등 백악관과 국무부를 겨냥한 성토가 잇따랐다. 정치공세적인 냄새가 짙게 풍겼지만 공화당의 외교감독의지가 바탕에 깔려있다.

 비슷한 시각, 바로 이 호텔에 묵고 있는 북한대표단 일행 5명이 이틀째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북·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막 로비를 나섰다. 이들은 자신들을 「깡패」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한 호텔에서 목청을 돋우고 있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주변분위기에서 당근보다 채찍을 선호하는 미국내 매파의 고성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핵동결약속의 이행과정에서 북한은 이제 수많은 감시자의 눈길을 피할수 없음도 아울러 깨달아야 한다. 이날 윌라드호텔에서의 엇갈린 두 풍경은 녹록하지만은 않은 북핵문제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