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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휩쓴 「정의의 장례식」/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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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휩쓴 「정의의 장례식」/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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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하오(한국시간 7일 상오) 이탈리아의 TV방송들은 일제히 정규프로를 중단했다. 주식시장이 큰 혼란에 빠지고 리라화의 가치가 폭락했다. 로마시내에는 반기를 내건 집들도 있었다. 최대일간지인 「라 레푸블리카」는 다음날 1면 풍자만화란을 온통 검게 칠했다. 누가 죽은게 아니다. 그러나 이탈리아반도는 일순 장례식을 치르는듯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 나라를 온통 소용돌이에 빠지게한 사건은 44세의 한 젊은 검사 피에트로의 갑작스런 사임선언이었다. 그의 사임발표 직후 모든 TV 화면은 밀라노법정에서 논고중인 그의 마지막 모습에 맞춰졌다. 그의 재판모습은 생중계됐다. 스칼파로대통령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사임을 재고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의 사임을 반대하는 시위가 밀라노 법정앞에서 벌어졌다. 언론사에는 그를 사임시켜서는 안된다는 전화와 팩스가 폭주했다.

 그는 3년전부터 정치와 기업의 고질적인 부정부패관계를 파헤친 이검찰의 「마니풀리테」(깨끗한 손)의 선봉에 서왔다. 그의 손에 수천명의 구시대 정치인과 기업가들이 감옥에 갔으며 이 나라의 정치지도가 완전히 새롭게 그려졌다. 그가 없이는 올해 베를루스코니정권의 신화도 탄생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의 이름은「정의」와 등가이다. 한 신문은 이탈리아가 「정의의 장례식」을 치렀다고 보도했다.

 그는 너무 유명해졌다. 그는 여론조사결과 차기총리후보로 언제나 1위였다. 따라서 그의 행동에 자신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점차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고 정치권은 이를 이용했다. 피에트로는 그래서 법복을 벗기로 결정했다. 『나는 정의 이외의 목적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행동은 개인적 야망으로 해석되고 있다. 나는 한 개인으로서의 신뢰와 평정을 되찾고 싶다. 나는 마니풀리테가 어떤 개인의 것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그의 사임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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