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안목 넓혀준다” 북대표단에 관광주선/환영회싸고 교포단체간 갈등… 북측 당황 ○…워싱턴방문 나흘째를 맞은 북한대표단은 8일 회담이 끝나자 관광을 겸해 외국공관이 밀집해있는 매사추세츠가 일대를 둘러보며 상주대표부의 후보지 물색작업을 벌였다.
현지 소식통들은 이들 대표단이 북한측의 어려운 외화사정을 감안해 매사추세츠가의 구동독대사관을 비롯한 옛 동구권대사관 건물을 재임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정부는 북한대표단의 국제적 감각을 높이기 위해 이날처럼 회의가 없는 시간을 최대한 이용해 워싱턴 시내의 관광을 주선하고 있다. 행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대표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보여주어 안목을 넓혀준다는 것이 미국정부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북한대표단은 지난6일저녁에 이어 회담일정이 없었던 7일 상오에도 의사당과 스미소니언박물관등 워싱턴의 명소를 관광했다.
국무부측은 또 10일 하오 워싱턴을 떠나는 북한대표단이 기차나 자동차편을 이용해 뉴욕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워싱턴에 소재한 재미함경향우회(회장 주남훈)가 10일 알링턴의 한식집 우래옥에서 북한대표단을 위해 개최키로한 환영회 참석여부를 둘러싸고 현지 교포사회가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재미 애국반공동지회(회장 정성락) 소속 일부 회원들은 최근 북한대표단을 위한 함경향우회의 리셉션 개최를 저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현지 공관원들이 막후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다. 일부 동지회회원들은 「6·25를 잊었느냐? 그날의 원수를!」 「노동당 전술에 미주 조총련 조직된다」등의 유인물과 현수막을 들고 행사장인 우래옥에서 반대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애국반공동지회는 또 8일자 현지 일간지에 북·미연락사무소 개설에 반대하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게재하고 북·미관계개선이 가져올 교포사회의 분열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일원의 일부 교포들은 『분단된 조국도 서러운 판에 교포들이 여기까지 와서 친북·친한으로 패를 갈라 싸워서야 되겠느냐』며 일부 한인단체장들의 신중한 처신을 촉구했다.
한편 워싱턴의 교포사회 소식통들은 최근 미국내 친북단체들도 북한정권을 상대로 한 그들 나름대로의 충성경쟁으로 자중지란을 겪고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여론을 상대로 이미지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측이 오히려 당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뉴욕소재 일부 친북단체들은 지난 3일 북한대표단을 위해 뉴욕에서 환영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대표단측이 참석을 거부해 행사가 취소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북한측이 북·미관계 개선에 회의적인 미공화당의 의회장악에 따라 미국내 여론의 동향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미행정부는 이번 회의 기간에 토머스 허바드국무부차관보로 하여금 북한대표단을 위한 오찬을 개최키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당초 북·미 고위급 회담의 수석대표인 로버트 갈루치핵대사를 오찬주최자로 결정했으나 의회 일각의 거부감을 고려해 허드국무부차관보로 격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이번 전문가회의를 가급적 조용히 치른다는 미행정부의 방침도 고려됐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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