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의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요즘 저녁이 돼도 집엘 들어가지 않고 있다. 사무실의 일이 많아서가 아니다. 허탈한 마음으로 거리와 주점을 방황하고 있다. 조직개편이 시작되고 나서부터다. 집에 들어서면 어린 딸조차도 『아빠, 어떻게 되는 거야』라며 걱정스럽다는 표정이다. 아내는 『당초 공직생활을 시작했던 출발부터가 잘못됐던 것』이라고 허망한 눈빛이다. 어떤 아내는 『당신 능력과 노력으로 뭘 해도 못먹고 살겠느냐』며 위안하지만 그 얼굴엔 역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A과장은 잠을 통 이루지 못하고 있다. 독주를 2, 3잔 마셔도 잠들기 쉽지 않다. 새벽 3∼4시가 보통이다. A과장은 20년이상 밤을 낮삼아 일해왔는데 이제 자신이 걸림돌이 된것 같다니 집안식구는 둘째치고 자기자신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음을 절감한다. 일부는 자리를 잃는 「불행한 군(군)」에 끼이지 않기 위해 줄을 찾아 나서고 있기도 하다. 이런 동료들을 보면서 「빽없고 줄없는」 공무원들은 또 한번 자기가슴에 뚫리는 구멍을 확인한다. 공무원들의 방황은 두가지 이유에서 더욱 증폭된다. 첫째, 조직개편이 원칙에서는 좋지만 재벌의 집요한 공략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건전한 민간이 없는 상태에서 「민간자율」의 실체는 「재벌자율」이었다고 믿는 공무원들이 많다. 삼성의 승용차진출에서도 민간자율이란 재벌자율임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민간자율이라는 기치를 내건 이후 수년만에 민간(재벌)에 간섭하는 공무원조직을 줄이는 목적을 이뤘으니 재벌은 성공했고 공무원들로서는 패배한 것이다. 패배자로서 말은 없지만 허망한 감정은 있다.
다른 하나는 일부 조직개편의 경우 사감이 개입돼 임의적인 조정이 이뤄진 인상이 짙다는 사실이다. 공론화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특정 부문에서는 사실과 너무 다르게 공무원들의 모습이 왜곡돼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과거가 전면 부정되는 현실앞에 고통스럽게 서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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