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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발굴중 가스누출 대피소동/아현동 가스폭발 현장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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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발굴중 가스누출 대피소동/아현동 가스폭발 현장주변

입력
1994.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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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빨로 남편확인 부인 오열·실신/고위인사 위로방문에 “무슨낯으로” 도시가스 폭발사고로 빈몸이 된 이재민들은 폐허가 된 집터를 둘러보며 관련기관의 안전불감증을 분노와 허탈로 곱씹었다. 주민들은 폭발한 도로공원에서 시체 발굴작업을 지켜보다가 『주택가 한복판에 이같은 위험시설을 만들 수 있느냐』고 또 한번 분통을 터뜨렸다.

 ○…가스폭발사고로 가스공급이 중단됐던 마포구 아현1·3동일대 2천3백여가구에 대한 도시가스 공급은 우회 순환관로를 통해 8일 낮 12시께부터 재개됐으나 전기와 전화선로 복구가 늦어져 주민들의 불편이 계속됐다.

 서울시는 마포구일대의 가스관로에 대한 이상유무를 점검한 결과 균열이나 파열이 없어 이 일대에 대한 도시가스공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한국가스공사의 피해보상과는 별도로 이재민 4백71명에게 응급생계비 4백37만7천원을 긴급지급하고 불우이웃돕기 기금으로 가옥이 불타거나 파괴된 1백40가구에 가구당 1백만원을 지원키로했다. 또 주민대표와 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 한국가스공사와의 보상협의에 나서 가옥이 원상복구될 때까지 이재민들을 여관 또는 인근주택에 전세형태로 임시거주시키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사망자 4명중 신원미상이었던 1명이 실종자로 분류됐던 최맹순(63·남·마포구 아현3동)씨로 확인됐다. 부인 이순자씨는 8일 하오8시께 세림간호병원에 안치된 시체의 금이빨과 눈 코 등을 관찰, 자신의 남편임을 확인하고 검게 그을린 남편의 시신을 부여안고 오열하다 실신,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폭발현장은 8일 상오 사고당시의 어수선함은 벗어났지만 불에 타 무너져 내린 건물, 녹아 찌그러진 자동차등이 그대로 방치된 채 여전히 가스냄새가 진동했다.

 가스기지가 있던 도로공원은 5 아래로 지표면이 꺼져 내렸고 5백㎜가스관 4개가 이음새가 벌어진 채 드러나 있었다.

 상오11시15분께 사고현장에 포클레인을 동원, 시체발굴을 하던중 가스가 일부 새어나와 사고대책본부 차량이 확성기로 『가스가 분출중이니 일체 금연해달라』고 방송, 2차 폭발을 우려한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가스 폭발사고 현장의 공기중 가스농도가 폭발 위험수위인 5·0%에 근접한 3·5%에 달하는 것으로 8일하오 조사되자 소방관과 주민들이 재폭발을 우려, 사고현장에서 철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고대책반은 『하오6시께 119구조대가 가스검지기를 이용해 사고현장일대 메탄가스농도를 조사한 결과 가스농도가 3·5%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9일 상오8시에 다시 검사해 정확한 대기상태와 가스누출여부를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가스공사 권녕진(권영진)부장은 『현장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흙속에 갇혀있는 가스가 갑자기 새어나와 농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질수 있다』며 『가스는 이미 차단됐고 잔류가스도 질소를 투입, 중화시켰기 때문에 더이상의 가스누출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40여가구가 불타버린 아현1동 주택가는 건물벽들이 모두 무너져 내려 집들을 구분할 수 없었고 파열된 수도관에서 물이 분수처럼 흘러 내렸다. 시꺼멓게 그을린 벽돌더미 사이에는 타다 만 중고 교과서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날아 다녔다.

 ○…소의국교에서 밤을 지샌 이재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앞날을 걱정했다. 이재민들은 각계 고위층 인사들이 찾아와 위로하자 『주택가 한복판에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시설을 해놓고 안전관리마저 제대로 하지않은 사람들이 무슨 낯으로 왔느냐』며 못본 체 하는등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이재민들은 상오 10시께 이영덕(이영덕)국무총리와 김숙희(김숙희)교육부장관이 함께 들렀을 때 교실 출입구를 한때 막아 대책본부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재민들중 일부는 직장에 나가봐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아예 출근을 포기하고 빠른 시일내에 적정한 피해보상과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했다. 

 ○…사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서대문구 홍은3동 세림간호병원 영안실은 8일하오 오열하는 가족들과 뒤늦게 소식을 듣고 지방에서 올라온 친척들이 조문할 때마다 눈물바다를 이뤘다.

 사망한 조수옥(조수옥·여·37)씨의 가족들은 세림간호병원 영안실에 도착,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참혹한 시신을 보고 연달아 실신, 이웃 주민들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회복실로 옮겨졌다. 사고당시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음식점 전주식당에서 일하던 조씨는 폭발음을 듣고 밖으로 뛰쳐 나왔으나 식당에 두고온 금고안의 돈을 꺼내기위해 다시 들어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조씨의 남편 이정엽(이정엽·43)씨는 귀고리로 아내를 확인했다.

 ○…가스기지 점검에 참여했다 실종된 서울도시가스 직원 정달영(정달영)씨의 아버지 정수근(정수근·73)씨는 하오 4시30분께 『아들의 시신을 찾으러 왔다』며 사고현장에 들어가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자 『부모가 아들의 시신을 찾으러왔는데 왜 막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또 2살된 아들과 도로공원에 있다 함께 실종된 김인향(김인향·27)씨의 언니 중옥(중옥·35)씨등 4명은 조속히 시체를 발굴해달라며 마포경찰서장 면담을 요구하다 의경들이 가로막자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권혁범·김성호·김호섭기자】

◎“대입준비 어떻게” 수험생 허탈/1년간 꼼꼼히 정리한 노트·수험표 불타 발동동

 마포구 아현동 가스폭발사고는 주민들의 재산 뿐만 아니라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의 「전의」를 앗아가 버렸다.

 사고 소식을 듣고 황급히 집으로 달려간 박모군(19·재수생)은 화염에 휩싸인 자신의 방을 바라보며 눈물을 머금었다. 올해 수능시험에서 1백50여점을 얻은 박군은 한양대나 성균관대에 도전하기 위해 본고사를 준비해 왔는데 그동안 학원에서 꼼꼼히 정리한 노트와 참고서들이 불타 없어져 「무장해제」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박군은 『책은 사서 보면 되지만 1년동안 필기한 노트들이 없어져 큰일』이라고 말했다.

 재수생 김수현양(19·서울마포구 아현1동)의 사정은 더욱 안타깝다. 책과 노트는 물론, 공부방에 두었던 수험표까지 불타 없어져 올해 본 시험점수를 확인하기도 어렵게 됐다. 동생 수철군(17·한일고 1년)도 10일부터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어 가족들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다.

 대입 수험생 10여명은 8일 4백여명의 이재민이 수용된 소의국민학교 한 구석에서 갖고 있던 책과 친구들에게서 복사해온 노트들로 공부를 하고 있다.이 딱한 모습을 본 피해대책본부는 이들이 안정된 분위기에서 입시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근 독서실을 빌려 제공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박희정기자】

◎도시가스 공급체계는/평택기지∼가정 3단계 압력낮춰/공급기지 35곳·전국배관망 441㎞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의 가스전에서 채굴된 천연가스는 수송이 편리하게 영하 1백62도의 극저온으로 액화돼 특수냉장설비를 갖춘 전용선박에 실려 수입된다.

 평택 인수기지에서 액화된 상태로 탱크에 저장된 가스는 기화상태에서 직경 30인치짜리 관이 묻힌 경인 주배관망(97)을 통해 경기 안중의 1차정압기지로 옮겨진다. 평택에서 안중까지의 가스압력은 70㎏/㎠수준. 안중 정압기지에서는 압력을 30㎏/㎠으로 낮춰 수도권 배관망으로 넘기고 서울 독산동과 대치동의 2차 정압기지에서 이를 다시 10㎏/㎠으로 낮춰 3차정압기를 갖춘 공급기지로 넘긴다.

 이번에 사고가 난 아현기지의 경우 도시가스회사의 배관망으로 공급되는 가스의 양을 측정하는 계량기능과, 사고발생시 공급을 차단하는 밸브만 갖추고 있을 뿐 자체적인 감압기능은 없다고 가스공사는 밝혔다. 단계별로 가스의 압력을 낮추는 이유는 전국 2백84만가구의 일반가정에까지 보급돼 연료로 쓸 때 가스의 최종압력이 2백40㎎/㎠까지 낮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의 가스배관망은 수도권 1백40등 모두 4백41에 이르며 정압설비를 갖춘 14곳등 총 35개소의 공급기지가 있다.【유석기기자】

◎“한국은 사고·인재의 나라”/잇단 대형사고에/태언론 대서특필

【방콕=연합】 태국 신문 방송들은 서울 아현동 지하 도시가스관 폭발사고를 연일 주요기사로 보도하면서 한국인들은 관계당국의 업무태만과 부주의로 인한 잦은 사고때문에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 TV방송들은 한국인들은 한국이 전세계에 사고의 나라 또는 인재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데 대해 정부당국을 책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방콕포스트지는 8일자에서 1면에 아현동 사고현장 컬러사진을 6단크기로 싣고 10면에 관련기사를 톱기사로 취급, 이번 사고는 성수대교붕괴, 충주호 유람선 화재에 이어 최근 7주 사이에 발생한 3번째 대형사고이며 새로 대중적 분노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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