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동 가스사고 반경 50m일대 폐허로/부근차량 30여대 불에타/백만가구 한때 가스끊겨/사고 40분전 밸브작업… 부주의등 원인 수사 대형사고는 끝이 없는가. 이번에는 땅속에서 큰 불이 나 주민들이 숨지고 다치고 대피하는 난리가 일어났다. 폭격을 당한듯 폐허화된 도시가스 폭발현장을 보고 시민들은 말을 잃었다.
▷발생◁
하오 2시55분께 아현 도시가스 공급기지에서 폭발과 함께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아 순식간에 화염이 인근 주택가와 건물을 덮쳤다. 30여높이의 불기둥과 폭발로 주택 50여채가 전소하거나 파손되는 수라장 속에서 주민들은 불길을 피해 황급히 대피했다.
사고지점 반경 50일대의 빌딩 외벽등이 불에 탔고 창유리 수천장이 깨졌다. 부근의 차량 30여대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 고철더미로 변했다.
▷현장◁
사고현장은 마치 폭격을 당한 것처럼 폐허로 변했다. 불길이 덮치자 놀란 주민들은 맨발로 대피했고 밖에 나간 아이들을 찾느라 아우성을 치기도 했다.
15층짜리 대우전자빌딩등 인근 건물들은 폭발로 창유리가 모두 박살나고 화염의 열기로 천장의 스프링클러가 작동, 컴퓨터와 전화기등 전자기기와 집기등이 물에 젖는 피해를 보았으며 직원들이 긴급대피하느라 빌딩마다 소동이 일어났다.
▷사고순간◁
주민 김현민(45)씨는 『마포경찰서앞 횡단보도를 건너던중 「꽝」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으며 이때의 충격으로 지하철 5호선 건설현장의 철제강판 3개가 10이상 치솟았다』고 말했다. 사고현장에서 1백 떨어진 노산부인과 노현진(37)원장은 『수술을 하던중 갑자기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리면서 유리창이 부서져 나가 환자들을 대피시키느라 애를 먹었다』고 몸서리쳤다. 또 아현동에서 마포로쪽으로 77번 버스를 타고 가던 김모씨는 『비행기가 터지는 듯한 폭발음이 들리더니 버스 창유리 10여장이 깨졌다』고 말했다.
▷원인·수사◁
경찰은 사고발생 40여분전인 하오2시11분께 한국가스기술공업(주) 수도권사업소 계전과 직원 박상수(27) 홍성호(32)씨와 서울도시가스소속 기술직원 정달영(30) 진상훈(30)씨등 5명과 극동도시가스 직원 김영배(29)씨, 한국가스공사 상주경비원 박범규(31)씨등 7명이 가스밸브 점검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작업도중 부주의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측은 『합동점검반이 작업도중 밸브를 잘못 조작해 가스가 새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발화요인으로 화재가 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발화요인을 ▲담뱃불 ▲공구들의 충격으로 인한 스파크 ▲외부발화가능성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마포경찰서가 하오2시55분께 한국가스공사 직원 이모씨에게 폭발사고 발생사실을 알리고 밸브차단을 요청했으나 33분이나 지난 하오3시28분께 안산의 중앙통제소에서 원격조종으로 인근 합정·군자등 밸브기지의 밸브를 차단, 폭발규모가 커진 사실을 중시, 가스공사의 사후대처 소홀 여부를 집중조사중이다.
▷진화·복구◁
경찰은 소방차 57대와 펌프차 16대 탱크차 20대,소방헬기3대를 동원, 긴급진화작업에 나서 발생 1시간여만인 3시50분께 가까스로 불길을 잡았다.
경찰은 마포로 차량통행을 전면통제하고 진화에 나섰으나 워낙 불길이 거센데다 가스가 연쇄폭발해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스공사는 하오 3시28분께 합정· 아현· 신설· 군자밸브기지의 가스공급을 일단 중단시키고 관내 잔여가스를 모두 방사시켜 강북지역 1백만가구의 가스공급이 일시 중단됐다. 공사측은 하오4시30분께 대부분 지역에 공급을 재개했으나 현장 부근인 아현1,3동은 밤늦게 공급이 재개됐다.
▷이재민◁
마포구청은 아현1동 소의국민학교 교실 3개에 1백23가구 3백71명, 아현 3동 행화당노인정에도 2가구 9명을 수용했다. 구청은 이재민들에게 하루 식대로 1인당 5천원을 지급키로 했으며 마포적십자사는 모포 3백장, 취사도구 3백세트, 운동복 5백인분, 라면 1백상자 쌀등 생필품을 준비했으며 급수차 1대를 대기시켰다.
한편 한국가스공사측은 최인영(55) 부사장을 반장으로 사고대책반을 구성, 복구와 피해배상등을 논의하고 있다.
▷폭발 가스저장소◁
사고 정압실은 저장용량이 12만㎥로 서울시내 7개 가스저장소의 하나다. 이곳은 평택에서 액화천연가스를 공급받아 정압실에서 2백밀리바의 압력을 80∼1백밀리바로 낮춘 뒤 서울도시가스에 6백60톤, 극동도시가스에 4백톤을 공급, 이 회사들이 강서 서대문 은평 종로 동대문구와 강남일부등 1백여만 가구에 공급하고 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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