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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산업계 정글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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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산업계 정글화(사설)

입력
199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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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산업정책이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한다. 김철수 상공자원부장관은 7일 삼성그룹의 승용차산업진입에 대한 공식승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민간투자는 기업자율과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 중복과잉투자를 이유로 신규진입을 제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산업합리화조치에 따른 한계기업에 대한 구제조치도 없을 것이다. 정부기능은 기술발전과 지역균형발전, 환경보호등에 국한될 것이다』라고 산업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지난 2일 상공자원부가 발표한 「세계화를 지향하는 산업정책」의 방향을 다시 천명한 것이다. 정부의 산업정책전환이 실물경제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지 지켜봐야겠지만 우리 경제의 운영체제가 이제는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옮겨진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실로 한국경제의 명운과 진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정책전환이다.

 정책방향은 옳다. 안팎의 경제여건변화에 따라 개발독재시대의 산업육성책은 급속히 종결될 수밖에 없다. 그 시대에는 정부가 산업개발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했다. 실수요자선정에서부터 세제·금융·상거래의 특혜에 이르기까지 온갖 지원책을 제공했으므로 어떤 산업이건 기업의 진입과 퇴출에 대해 도전할 수 없는 통제권을 행사해왔었다.

 그러나 시대는 급변하고 있다. 재벌그룹등 민간기업들의 규모와 경쟁력이 커졌다. 경영·정보·기술등 경제의 많은 부문에서 민간부문이 정부부문을 앞서고 있다. 전경련등 민간경제단체들과 재벌그룹들은 이래서 80년대 이후 민간주도경제운영체제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내년부터 WTO(세계무역기구) 체제가 출범하는등 세계경제의 자유화·개방화 추세가 가속도가 붙어 우리나라의 경우 재원의 여유가 있어도 개발독재시대의 정부지원과 통제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기업의 산업진입·퇴출에 불간섭정책, 즉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키로 한데 대해 이론을 제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돌연한 정책전환이라 이 정책의 정착까지에는 정부와 업계, 업계와 업계 사이에 타협과 양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금 승용차업계가 벌이고 있는 생사의 니전투구가 다른 산업계에도 파급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산업계가 약육강식의 정글이 돼서는 안되겠다.

 정상급의 슈퍼재벌이 막강한 재력·정치력·영향력을 동원, 무차별의 흡수·합병으로 끝없는 확장을 할 때 문제는 경제에 끝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에는 재벌 또는 다국적기업들이 주무대와 함께 자제력도 갖추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는 슈퍼재벌에 대해 최소한의 통제력을 보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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