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속의 폭풍」/생명을 억압하는 폭력 관찰/「집에 돌아갈 날짜…」/현실의 아름다움·추함 묘사 김기택(37)씨의 신작 시집 「바늘구멍속의 폭풍」(문학과 지성사간)은 육체와 육체에 깃들인 생명, 그리고 생명을 억압하는 주변의 폭력을 다룬다. 해골과 소음과 고기와 먼지같은 음습한 느낌의 소재를 선택하면서도 상상과 사색의 힘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화려하게까지 바꿔놓는다.
이와함께 먼지의 움직임도 때로는 자연의 음악으로, 때로는 공해와 소음으로 구별하는 시인의 직관력에 육체의 유한성과 추함을 준엄하게 설파해온 종교적 구도자의 심성이 담겨 있다.
<해골의 껍데기에 붙어서 생글거리고 눈물 흘리고 찡그리며 표정을 만들던 얼굴이여 마음처럼 얇디 얇은 얼굴이여> (「얼굴」). 이 시에서 뼈와 해골은 흙에 묻혀서도 오랜 시간을 견뎌내는 영속성을 상징하며 겉으로 드러난 피부와 얼굴은 결코 육체의 주인일 수 없다. 생명이 깃들이는 근거가 해골임은 <안데스산맥에서 발굴되었다는 한 잉카족 미라는… 죽음속에 한창 익어가고 있다 질기고 고집세고 고약한 냄새만 풍기던 육체는 익을수록 흙의 색깔과 향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라고 「천년동안의 죽음」이라는 시를 통해 역설적으로 확인된다. 안데스산맥에서 발굴되었다는> 해골의 껍데기에 붙어서>
그리고 생명을 변질시키는 폭력의 속성에 대한 관찰이 계속되고 있다. 생명은 고요하고 느리고 부드럽고 굽은 반면에 폭력은 시끄럽고 빠르고 딱딱하고 직선적이다. 「구로공단역의 병아리들」은 이러한 작가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소음이 뭉치고 뭉쳐 공기는 바위처럼 딱딱하다 어느 것이 자동차 경적 소리이고 전동차 지나가는 소리 호각 소리 욕하는 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다… 맑은 소리 만드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병아리들 그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순수의 힘이 맑은 음 열어 스스로 소음의 폭력을 헤치고…>소음이 뭉치고 뭉쳐 공기는 바위처럼 딱딱하다 어느 것이 자동차 경적 소리이고 전동차 지나가는 소리 호각 소리 욕하는 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다… 맑은 소리 만드는 것 말고는>
생명을 괴롭히는 폭력의 사례들은 「급한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 혀가…/「양심」이「야심」으로 발음되어 나온다>라고 한「선거유세」, <동전만 던져주면 속옷을 벗고 나오는 일회용 권력> 이라고 언론을 빗댄 「신문가판대에서」를 비롯해 교통체증, 월급쟁이들의 지루한 일상업무등 여러 갈래로 이어진다. 동전만 던져주면 속옷을 벗고 나오는 일회용 권력>
특히 <새는 새장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날개를 힘껏 떠받쳐줄 공기가 있지만 새는 네발 달린 짐승처럼 걷는다 …닭처럼 날개가 귀찮아질 때까지 걷는다> (「새」)에서 새장으로 비유된 주변의 억압은 생래적인 날짐승조차 길짐승으로 변질시키는 폭력의 본질이다. 새는 새장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날개를 힘껏 떠받쳐줄 공기가 있지만>
한편 김씨 부인 이진명씨도 동시에 같은 출판사에서 시집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를 내놨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며 틈틈이 진실하고 소중한 것들을 상상할 수 있는 정서적 분위기의 시들을 수록했다. 이씨는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수긍되는 것과 소외되는 것등 현실의 이곳 저곳을 서로 이어줌으로써 감성을 환기시키고 숨통을 틔워 놓는 기분으로 글을 썼다』고 말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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