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밀집지에 탱크 설치 「위험공존」/중간밸브차단늑장 비상대처도 허술/배관 지상서 너무 얕게 묻어 파손등 무방비 7일 참사를 빚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현밸브기지의 도시가스폭발사고는 당국의 관리소홀과 안전점검 방치, 주민의 반대를 무시하고 주택가 한복판에 가스밸브기지를 설치한 한국가스공사측의 무신경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사고는 중간밸브가 잠궈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가스기술공업(주) 직원들이 밸브를 점검하는 사이 가스가 누출돼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들이 중간밸브만 잠갔더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또 처음 불이 난 후 33분이 지나서야 사고지점에서 인근 밸브기지의 차단밸브를 잠근 것으로 밝혀져 이들이 평소 사고대책에 얼마나 소홀했나를 여실히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위험한 대형 가스저장탱크를 주택밀집지역 인근의 지하에 매설한 것은 처음부터 대형사고의 위험에 대비하지 않았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이번에 또다시 인명과 가옥·재산에 많은 피해를 내게하는 「인재」를 초래했다.
92년초 건설된 아현밸브기지의 경우 기존 기지와는 달리 상가·주택가등이 밀집한 마을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데도 안전관리를 위한 첨탑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은 물론 정기적인 안전점검도 소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일대 주민들은 대형안전사고를 우려, 밸브기지를 안전지역에 설치해 주도록 관할구청과 서울시에 수차례 진정서를 냈으나 묵살됐다.
밸브기지의 관리에도 많은 허점을 보였다. 아현밸브기지는 가스공급도중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히 가스흐름을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기지이다. 그런데도 가스공사측은 단1명의 청원경찰만을 파견해 모든 업무를 전담시켜 왔을 뿐 가스기술자나 직원을 상주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공사측은 밸브점검과정에서 안산중앙통제소의 가스경보기가 발동, 가스누출 사실을 중간에 알았으나 합정과 군자기지의 밸브가 자동적으로 잠겨 아현기지로 연결되는 가스관을 차단, 사고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대책마련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설치된지 3년밖에 안돼 각종 시설물의 안전상태가 양호해야 하는데도 가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밸브의 불량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10월26일부터 11월20일까지 시내 도시가스배관 9천3백62와 LP가스 판매소·저장소·집단공급소등 2천1백35개소를 특별점검한 결과에서도 가스경보기 작동불량등 2백16건의 각종 문제점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난 마포지역 지하도시가스관의 잠금장치는 마포구 합정동과 장거리인 성동구 군자동 2개소에만 있고 그 사이에 중간잠금장치가 없어 신속하게 가스를 제거시키지 못한 탓으로 사고후 불길을 잡지 못해 많은 피해를 내게 했다.
사고처리기관이 분산돼 있어 효율적인 사고예방및 수습을 못하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도시가스사고가 발생하면 가스안전공사가 서울시 전역을 담당하게 돼 있으나 도시가스주배관의 경우 한국가스공사가 이를 맡게 돼 있다. 그러나 한국가스공사는 자신들이 맡고 있는 도시가스주배관 관리업무를 93년5월 자회사로 설립한 한국가스기술공업(주)에 이관, 사고처리업무를 대행시켜 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가스기술공업은 ▲천연가스설비 유지보수사업 ▲가스배관설비 순찰과 안전점검 ▲가스설비 기술용역업등을 맡고 있으나 4부3사업소 2백93명의 인원으로는 효율적인 사고처리업무가 힘겨운 실정이다.
또 서울도시가스·대한도시가스·극동도시가스·한진개발·강남도시가스등 5개사가 자신들이 공급하는 시내 22개구를 분할 담당하고 있어 사고발생시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마포사고에서처럼 지하배관이 지상에서 너무 낮은 지점에 매설돼 있는 점도 대형사고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의 지하배관이 도로나 지상에서 1·5아래에 매설돼 있어 상수도관 공사나 각종 도로굴착공사, 지하철공사시 쉽게 파손될 위험성이 많은데도 무자격 업자에 의한 부실시공이 일상화돼 있는 실정이다.【고재학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