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다 할인시간 적고 주말엔 2배이상 비싸 통신은 가장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중의 하나이다. 특히 최근엔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입수할 수 있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되고 있다. 국가간 컴퓨터통신 데이터전송 등 각종 정보이동의 기초가 되는 국제전화요금이 타국에 비해 비싸 정보의 유입량과 속도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은 개인 기업 국가 모두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한국통신으로 일원화돼 있던 국제전화사업에 데이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도입되기는 했으나 지난 4년동안 한국의 국제전화요금은 겨우 14% 내려가는데 그쳤다. 미국현지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통신 관계자들은 『국가마다 원가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요금을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오랫동안 독점상태에 놓여있던 탓에 한국의 국제전화요금은 원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전화요금은 정규요금만을 기준으로 단순비교할 경우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는것 처럼 보인다. 최대 할인시간대인 밤12시부터 새벽6시사이에 한국에서 뉴욕으로 전화를 걸어 10분간 전화통화를 하게 되면 요금은 6천1백원이 나온다. 반면 뉴욕에서 가장 할인율이 높은 시간대인 새벽3시부터 다음날 하오2시 사이에 서울로 전화를 하면 AT&T요금기준으로 6달러80센트(한화 약5천4백40원)가 든다.
그러나 미국 전화회사들은 정규요금외에 각종 다양한 할인상품을 내놓고 있다. 주말의 경우 시간대에 관계없이 분당 32센트(한화 약2백56원)면 한국과 통화가 가능한 상품도 있다. 이 요금은 밤12시부터 6시까지 적용되는 한국통신의 최저요금인 분당5백90원의 40%수준에 불과하다.
요금도 요금이지만 할인시간대에 있어 한국통신이나 데이콤은 평일 상오8시부터 하오9시까지 13시간을 표준시간으로 규정, 할인요금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반면 미국업체들이 정규요금을 다 받는 시간대인 「비즈니스타임」은 하오2시부터 8시까지 6시간에 불과하다. 또 미국에서는 상오3시부터 하오2시까지 11시간동안 최대할인을 받을 수 있는 반면, 한국에서 가장 싼 요금으로 전화를 하기 위해서는 잠을 쫓아가며 밤12시부터 6시의 시간대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도 단순히 할인시간대만 조정하더라도 국제전화 통화료인하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통신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장거리전화요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광섬유를 통한 전송능력확대와 통신기기 발달, 그에 따른 원가및 유지비절감등 기술적 이유도 크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으로 요금인하에 영향을 미친 것은 전화회사들간의 치열한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전화요금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독점과 경쟁이 그려내는 변화의 쌍곡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장거리 통화요금은 지난 10년간 평균 40%이상 떨어졌다. 반면 지역통화료는 30%이상 올라갔다. 미국의 권역내 통화 시장이 독점체제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권역간 통화나 국제통화등 장거리 통화시장은 자유경쟁 체제에 들어가 있다. 수백개의 회사가 난립해 있는 가운데 AT&T가 전체시장의 60%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MCI가 18%가량, 스프린트가 8%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4%는 군소업체들이 나눠먹고 있다.
벨 연구소 유태삼(유태삼·45)연구원은 『자유경쟁 체제는 가부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와 방법의 문제』라며 『일단 자유경쟁체제가 시작되면 저렴한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뉴욕=김준형특파원】
◎미 전화사 “아시아인 모십니다”/본국 통화늘자 모국말로 안내등 서비스 공세
국제전화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미국장거리전화회사들은 각종 아이디어를 총동원하고 있다. 특히 장거리전화회사들이 역점을 두고 서비스공세를 펼치고 있는 지역은 아시아이다.
『아시아지역과의 통화량은 미국내 장거리전화보다 8배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MCI의 국제마케팅담당 마크 슈와이처씨의 말이다. 이에 따라 AT&T MCI 스프린트 등 주요 전화회사들은 경쟁적으로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계직원을 채용, 이들 국가의 언어로 안내되는 수신자부담 외국어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91년 가장 먼저 외국어서비스를 시작, 서비스경쟁에 불을 붙인 MCI의 경우 알링턴에 있는 아시아센터에만 75명의 아시아계를 고용하고 있는 것을 비롯, 지역별로 외국어 서비스요원을 채용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는 외국어 서비스인원을 2배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AT&T는 캘리포니아 샌호제이에 국제언어서비스센터를 두고 수백명의 외국계교환원을 고용해 아시아를 포함, 1백40개국 언어로 소비자문의에 응답하고 있다. 스프린트 역시 비슷한 형태의 수신자부담 외국어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외국어서비스 뿐 아니라 각종 소수민족 단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도 파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AT&T는 92년말 뉴욕의 차이나타운에 시범적으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센터」를 설치, 전화가 없는 아시아계인들이 자국말로 본국과 통화할 수 있도록 하고 회의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T&T는 이러한 글로벌커뮤니케이션센터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스프린트사의 경우 중국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이민그룹들과 접촉해 지난해 AAA(아시아 아메리카 어소시에이션)를 실질적으로 설립, 아시아계 이민들의 의료 교육 구직문제를 지원하고 있다. AT&T MCI 스프린트 등 주요 전화회사들은 또 소수민족들이 벌이는 골프대회, 야유회등 각종 행사에 스폰서역할을 맡고 있으며 기부금형식으로 직접적인 금전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이들 전화회사들은 전화요금당 점수를 가산, 점수에 따라 비행기 요금할인혜택을 주거나 아예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수표를 보내주기까지 하는 등 국제전화를 자주 사용하는 소수민족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뉴욕=김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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