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행 함구일관… 김일성배지 달아 눈길/회담 비공개로 진행… 9일께 결과브리핑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 위한 북·미전문가회담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미국무부 회의실에서 시작됐다.
○…북한측 회담대표인 박석균 외교부 미주담당 부국장일행은 양복상의에 아직도 김일성배지를 달고 이날 상오 9시20분께 국무부 서쪽 통행문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보도진을 향해 간단히 눈인사를 건넨뒤 곧바로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이에앞서 박단장은 호텔에서 본보특파원과 만나 『회담준비를 많이 해왔으니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무부의 셀리 부대변인은 『매일 회의결과를 브리핑하진 않을 것이며 오는9일 회담을 모두 마친뒤 종합적으로 브리핑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해 회담진행과정을 철저히 비공개로 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북한측 회담대표일행은 비행기 연발로 인해 도착예정시간보다 2시간 30분가량 늦은 5일 하오8시40분께 뉴욕발 유나이티드 항공편으로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 도착,「미국의 심장부」에 첫발을 디뎠다.
박단장을 앞세운 북측일행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보도진의 카메라 플래시와 질문공세를 받았으나 약속이나 한듯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함구로 일관했다.
베이지색 바바리코트 차림의 박단장은 시종 상기된 표정이었으며 회담전망에 대한 질문엔 『토론을 해봐야 안다.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날 공항에는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재미함경향우회(회장 주남훈)와 조국통일워싱턴연합회(회장 조대성)소속인 재미교포10여명이 북측일행을 마중나왔다. 박단장은 이들중 한명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으며 『이렇게 나와주어 고맙다』고 인사하기도. 교포들 중에는 안용구(안용구) 피바디대 음대교수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국무부측은 의전 및 통역요원과 경호요원 2명을 공항에 파견해 박단장일행을 맞았으며 이들이 공항대합실로 빠져나오는 버스에 오를 때부터는 보도진의 접근을 차단했다.
이들은 국무부에서 준비한 14인승 밴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와 워싱턴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뒤 밤 11시30분께가 돼서야 숙소인 윌라드 호텔에 도착했다. 북한대표단일행이 묶고있는 이 호텔은 워싱턴 중심가인 펜실베이니아가에 위치, 백악관과는 불과 수백밖에 안 떨어져 있으며 보통객실의 하루 숙박비가 3백달러가 넘는 최고급 호텔. 박단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회담에 관한 것은 차차 만나 얘기를 나눌수 있을 것』이라며『오늘 이곳에 와 동포들을 만나니 참으로 반가웠다』고 소감을 피력.
○…이날 워싱턴에 도착한 북측대표단은 모두 5명으로, 간부급 외교관은 박단장과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공사등 2명이고 김명길 최병관 박명구란 이름으로 알려진 나머지 3명은 북한외교부 미주·영사과의 실무급 직원들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측 수석대표인 린 터크 북한문제조정관은 지난 80년대말 주한미대사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국통으로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제 1차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를 역임했다.
터크대표와 함께 이번 회담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사람은 한국과 부과장인 리처드 크리스텐슨. 지난6월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그의 통역관으로 선발돼 평양을 다녀왔다. 한국인 부인을 두고 있는 그도 주한미대사관 근무를 마친뒤 지난 91년 6월부터 최근까지 오키나와 총영사를 지냈다.북핵전담대사인 로버트 갈루치 국무차관보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핵심참모 가운데 한사람이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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