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출근시간대 3시간 40분간의 지하철 분당선 전면불통사고는 정작 그 원인을 알고 보면 너무 어이가 없어 기가 찰 지경이다. 2만여 출근시민들의 발을 한꺼번에 묶어버렸던 엄청난 사고가 선로나 전동차체등의 구조적 결함때문이 아니라 근무자들의 너무나 사소한 부주의 때문임이 밝혀진 것이다. 그런 부주의야말로 전형적 직무태만으로 밖에는 달리 볼 수가 없다는 데서 서울교외지하철 운행을 책임맡고 있는 철도청은 엄한 비난과 문책을 면할 수가 없게 됐다.
사고는 철도청이 분당선 지하철의 야간안전점검을 위해 새벽0시50분 운행을 끝내고 오리역에 정차중이던 11편의 전동차에 대한 전원(전원)공급을 일시 중단시킨후 다시 전원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전동차의 주회로(주회로)차단기를 이어주지 않아 일어났다는 것이다.
단전했다가 다시 전원을 이어줘야 전동차의 축전지에 충전이 되는 것인데, 손으로 주회로기를 올려만 주면 되는 간단한 작업을 검수원이 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실내등을 켠채 정차하는 전동차의 축전지 전원이 모두 방전(방전)되어 버렸다. 그로 인해 전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아 11편의 전동차가 모두 운행을 못하게 됐던 것이다.
더욱 한심한 일은 개통 3개월밖에 안되는 분당선 종착기지에 비상용 축전지를 비축해 놓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고후 구로전동차 기지에서 예비축전지를 실어다 충전하느라고 간단한 사고인데도 지하철운행이 4시간 가까이 지체됐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사고를 빚은 것도 그렇지만 사고 뒷수습을 하는 자세 또한 시민의 발을 맡은 기관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작태(작태)였던 것이다.
도대체 철도청은 뭘하는 곳인가. 지하철 과천선(과천선) 개통직후인 지난 1∼2월 하루가 멀다하고 지하철 전동차가 정차하는 사고를 빚고서도 아직까지 정신을 못차렸다는 것인가. 최첨단기기(기기)인 지하철의 운행 책임을 맡았다면 운행기술과 관리능력및 직원훈련도 그에 걸맞아야만 한다. 하루 4백만명이 넘는 시민들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실어 나르며 쾌적한 시민의 발구실을 다하자면 직원들의 기강과 사기, 그리고 근무자세 또한 첨단기기만큼 정예화될 수 있도록 채찍질하고 관리했어야 했다.
그렇지 못하고 첨단기기를 주먹구구식으로 운행하고 관리하다가는 사소한 사고로 시민의 발을 한꺼번에 묶는 사고가 그칠 날이 없게 될 것이다.
철도청과 서울시 지하철본부의 각별한 각성과 사고방지대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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