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총리령」 의존 불가피/특정사안 신속한대응 제약 예상/총리실 실질권한행사땐 “매인몸” 금융 예산 세제등 경제정책의 3대 축을 장악, 공룡부처로 등장하게 될 재정경제원 정작 독자적인 원령을 제정할 수 없고 대신 「총리령」에 의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 95조에 의하면 정부조직법상 원나 처등은 독립적인 영을 만들 수 없으며 법률의 시행규칙을 제정하고자 할 때 총리령으로 대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의 독자적인 영은 부자 돌림부처(예를 들어 재무부 상공부등)에서만 「부령」으로 만들 수 있고 원과 처는 원령이나 처령을 만들지 못하도록 돼있다.
정부도 이 점을 인식, 이미 6일 상오 국무회의에서 97개의 재무부 시행규칙을 「재무부령」에서 「재경원령」이 아니라 「총리령」으로 바꿨다. 재무부로서는 부처의 간판을 내리면서 그동안 고유한 권한의 실체이자 상징으로 지녀온 부령을 고스란히 총리실로 넘긴 것이다. 이에 대해 재무부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독자적인 부령제정권이 없을 경우 바깥으로는 공룡으로 소문이 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총리실에 매인 몸이 되기 때문이다. 이점에 관해서는 경제기획원도 공감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제기획원이 서열상으로는 부총리급이었지만 실질적인 파워가 없던 이유가 바로 부령제정권이 없던 탓이었음을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조직개편으로 모처럼 집행력을 갖춘 부처가 되는가 싶더니 다시금 부령제정권이 없는 처지가 된다니 내심 갑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령은 법률이나 시행령(대통령령)처럼 제정절차가 복잡하지 않다. 자체적으로 근거를 만들어두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사안에 대해 신속하고 세밀한 대응이 필요할 때 이용한다. 예를 들어 실명제의 경우 실명제의 대상이 되는 금융상품을 재무부령으로 정한다. 전혀 새로운 금융상품이 나오면 이것이 실명제의 대상상품인지 아닌지를 곧바로 정해야 한다. 실명제의 대상상품이 아니라면 굳이 실명거래를 할 필요가 없다. 이를 방치하면 비실명 금융거래상품이 판친다. 이러한 부작용이 우려돼 신속히 대응해야 할 때 시행규칙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새로 탄생하는 막강한 슈퍼파워인 재경원의 앞날이 예상과는 달리 순탄치만은 않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법률의 시행규칙을 만들 때 항상 총리실을 거쳐야 하는게 여간 거북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관행상 경제기획원이나 환경처등이 시행규칙을 만들려고 총리실을 거칠때 형식적인 절차로서 끝났다. 그러나 정부의 부처간 경제정책조정권이 현재의 경제기획원에서 총리실의 행정조정실장에게 돌아간 마당에 총리실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려고들면 재경원의 입장은 난감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실무형 총리가 법률적 권한에 따라 재경원의 일을 챙기려고 할 경우 재경원쪽에서는 버틸 명분이 사실상 없는 형편이다. 이처럼 재경원에 시행규칙 제정권이 없어 재무부의 모든 시행규칙을 총리령으로 바꾼데 대해 재무부의 「힘」을 빼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행규칙의 성격상 공룡으로 탄생하는 재경원이 규칙제정권이 없다고 해서 「종이 공룡」으로 전락하지야 않겠지만 적어도 「시달리는 공룡」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된다. 일부에서는 이때문에 헌법 95조에 대한 유권해석을 다시 해보자는 의견조차도 대두되고 있다. 원이나 처도 행정조직인데 「행정각부」만 영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제외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이들 조직에도 영제정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홍선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