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터진 바지를 입고 다닐 때부터 서울구경의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야기 솜씨 좋던 할머님 덕분이었다. 두꺼비 부부가 벼르고 별러서 서울구경을 갔지만, 그만 너무 긴장해 눈이 뒤로 돌아가 앞에 있는 서울은 구경도 못하고, 뒤쪽의 시골길만 보고 실망해 돌아갔다는 이야기였다.
전남 광주에 사는 나는 모처럼 시간을 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올해가 서울정도6백년이라고 해 서울구경도 하고, 또 그림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지라 국립현대미술관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대개 어느 나라든 국립현대미술관은 시내 중심에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대신 풍광 좋은 과천 남쪽 청계산 산록에 있으니 그런대로 괜찮아 하면서 사당동 고개를 넘었다.
멀리 산록에 웅장한 미술관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광주 촌사람인 나는 머뭇거리며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했다. 그런데 왠지 이곳은 아닌것 같아 되돌아 나왔다. 몇개의 진입로를 지나 왼편의 미술관 안내판을 살피며 언덕에 올랐다. 그 언덕을 굽이돌아 연립주택같은 건물을 지나 다시 산쪽으로 돌아 한참 가니 서울대공원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들이 보였다. 한참 뱅그르르 돌아서 큰 길이 나오는데 그 반쪽 막은데로 올라가서야 겨우 아까 보았던 웅장한 미술관 건물의 입구를 찾을 수가 있었다.
미술관은 멋있고 코앞인데 입구는 왜 이리 알쏭달쏭한 미로인지 서울의 불가사의중 하나이다. 그래도 이 미로의 입구를 죄지은 사람 숨어들듯 자존심 상해가며 찾아오는 사람이 꽤 많은 것도 불가사의다.
내년은 문화체육부가 정한 「미술의 해」이고, 곳곳에서 세계화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 기회에 세계화 전략에 맞는 집약적 행정조정력이 발휘됐으면 한다. 표지판 하나라도 자세하고 알기 쉽게 써놓고, 서울 사람 뿐만 아니라 시골사람도 구경다니기 좋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됐으면 하는 꿈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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