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중반의 일하는 여성들이 모인 자리에서 손자봐주기가 화제에 올랐다. 직장에 다니는 딸이나 며느리가 아이 돌봐줄 사람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때 어머니로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인가가 이야기의 초점이었다. 손자를 안봐주겠다는 「할머니 X세대」가 최근 등장했다지만, 자기자신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키웠던 그들은 할머니로서 손자키우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의논했다. 손자를 돌봐줄 마땅한 사람을 못찾을 경우 시어머니와 며느리중 어느쪽이 직장을 그만둘 것인가라는 문제까지 토론했다. 시어머니의 직업이 포기해도 좋은 정도라면, 한창 일해야 할 며느리나 딸을 위해서, 또 어린 손자를 위해서, 퇴직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었다.
전업주부 중에도 손자봐주기를 싫어하는 냉정한 할머니가 늘어나고 있는데, 자기직업을 포기하더라도 손자를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은 보기 좋았다. 그만큼 일하는 여성들의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고, 손자를 남의 손에서 불안정하게 키운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또 직장생활을 통해 자기실현의 욕구를 풀었고, 어린 아이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전업주부들에 비해 쉽게 손자를 키워주겠다고 나설수 있는지도 모른다.
한 여성은 자기집에 탁아소를 차릴 계획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직업을 가지고 있는 며느리와 딸이 곧 아기를 낳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 어려움을 겪을것이 뻔한데, 자기 역시 일을 하고 있어서 도와줄 수가 없으니 소규모의 탁아소를 열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는 50평짜리 아파트에 남편과 둘이 살고 있는데, 침실과 서재를 제외한 나머지 방들과 거실을 탁아소로 꾸미면 5명정도의 아기들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기 돌보는 사람의 인건비는 월 70만∼80만원선인데, 2명이 아기 5명을 돌볼 경우 월 30만∼40만원의 탁아료를 받아 운영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손자들을 이 가정탁아소에 맡기도록 하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매일 퇴근후 손자와 놀아줄 수 있고, 며느리와 딸은 퇴근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조바심 할 필요가 없으니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낮시간에 텅 비어 있는 아파트를 탁아소로 이용하려는 그의 아이디어는 재미있다. 근본적으로는 공공 탁아소가 늘어나야 겠지만, 할머니네 집에 차려진 탁아소는 며느리와 딸의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귀여운 손자손녀들도 좋아하는 성공적인 탁아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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