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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천국」 미에/요금인하 전쟁/가입땐 사례금 주고 사용땐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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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천국」 미에/요금인하 전쟁/가입땐 사례금 주고 사용땐 할인

입력
1994.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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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650억불 장거리전화시장 놓고/AT&T·MCI사등 사활건 “한판” 미국의 각종 매체에 최근들어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광고는 전화료할인 광고다. 미국의 전화료 광고는 무차별적이다. 광고단수와 시간대를 가리지 않는다. 신문의 전면PR 페이지는 물론 이른바 황금시간대의 TV광고라면 놓치는 법이 없다.

 광고내용도 마찬가지다. 자기 회사가 특정한 다른 회사보다 더 많은 할인을 해준다는 내용 쯤은 점잖아도 한참 점잖은 광고다. 어떤 회사는 고객중 가입회사를 자기회사로 바꾼 「개종자」를 내세워 상대방 회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당한 쪽이라고 해서 가만있을 리 만무하다. 열화같은 반격을 퍼붓는다. 감언이설에 속아 바꿔봤더니 돈만 더 들었다고 얇은 귀를 자책한다. 다시 자기회사로 돌아온 「재개종자」의 피부색이 각양각색임은 누가봐도 의도적이다.

 전화광고는 매체의 국적도 가리지 않는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한국 신문들에는 연일 전화료 인하 전면광고가 실린다. 한 회사가 자기회사로 거래회사를 바꾸면 대폭할인 서비스에다 덤으로 25달러를 거저 주겠다고 광고하자 다른 회사는 35달러를 제시했다. 그러다 결국 75달러까지 올라갔다.

 그뿐 아니다. 회사마다 한국말 안내원을 두고 24시간 수신자 부담 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소수 민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AT&T(AMERICAN TELEPHONE & TELEGRAPH)  MCI(MICROWAVE COMMUNICATIONS INCORPORATE)  스프린트등 미국의 주요 장거리 전화회사 간에 벌어지고 있는 불꽃튀는 전화료 할인경쟁은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한다. 미국최대 장거리전화회사 AT&T의 국제홍보담당 프레드 텡씨는 『각 전화회사가 엄청난 투자를 해 수신자 부담 언어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회사마다 서비스 센터의 운영요원 수와 운영비용등을 대외비에 부칠만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장거리전화 회사들이 광고에 쏟아붓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지난 한해 가정용 전화광고에 들인 돈만 따져도 AT&T가 2억5천만달러(약 2천억원), MCI가 1억4천만달러(약 1천1백20억원), 스프린트가 8천만달러(약 6백40억원)였다.

 요금인하 경쟁을 선도해온 미국 제2의 장거리전화 회사 MCI의 국제홍보담당 앨런 개러트씨는 『미국의 국제 전화료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미국 자체내의 요금인하 요인도 계속 생겨나겠지만 외국전화 회사들이 타국 전화회사로부터 받는 사용료를 내리게 되면 미국의 요금은 앞으로 더 내려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화료 인하 러시는 다른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 경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경쟁은 법에 의해 뒷받침됐다. 미국도 82년까지 장거리·단거리 가릴 것 없이 AT&T가 거의 모든 시장을 독점했다. 법무부가 여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거대 공룡 AT&T의 1인천하를 무너뜨리기 위해 법무부가 빼든 칼은 이른바 독점금지법이었다. 이때부터 적자생존의 처절한 싸움이 시작됐고,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전화요금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다.

 MCI의 국제 마케팅담당 마크 슈와이처씨는 『장거리 전화시장은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망도 가장 좋다』며 『연간 6백50억달러(약52조여원)에 달하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요금 인하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경쟁이 전화료 인하의 수레를 앞에서 이끌었다면 기술개발은 그 수레를 뒤에서 밀었다. 마이크로 칩의 혁명으로 전화장비의 핵심부품들이 하나의 칩안에 집약됐다. 마이크로 웨이브(극초단파) 전송방식이 획기적으로 발달하고 중앙전환장치가 컴퓨터화되면서 경쟁에 가속이 붙었다. AT&T 산하 벨 연구소의 유태삼연구원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용능력을 갖춘 저비용의 광섬유 전송시스템이 완비되면 또 한차례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며 『더욱이 광섬유 네트워크는 추가 설치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렴한 전화료는 당장의 싼 맛도 맛이지만 앞으로 전개될 고도 정보화사회의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 엄청난 잠재적 의미를 지닌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 정보망 슈퍼 하이웨이는 기능과 성격이 복잡다단하기 짝이 없지만 그것을 움직이는 원리는 싱거울만큼 간단하다. 바로 전화선이다. 전화선을 통해 모든 정보의 유통이 이루어진다. 이 경우 전제는 전화요금이 이용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만큼 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생활혁명은 저렴한 전화료에서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다.【뉴욕=홍희곤특파원】

◎미국 전화80년 역사

 미국의 전화역사는 AT&T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T&T의 미국전화 독점사는 19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AT&T는 이 해에 정부로부터 규제조항이 부가된 전화시장 독점권을 따냈다. 태평성대가 이어졌다.

 71년 들어와 작은 변화가 있었다. MCI가 이 해에 사무용 장거리전화시장 참여권을 얻어 냈다. AT&T는 24개 지역 자회사를 총동원, MCI 고사작전에 나섰다. 이들 자회사는 MCI의 전화연결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 아예 중간에서 끊어버리는 일도 있었다. MCI 이용자는 심한 경우 22개나 되는 다이얼을 돌려야만 겨우 상대방과 연결이 됐다.

 AT&T의 무풍가도는 74년 드디어 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미법무부가 AT&T에 대해 독점금지법을 적용,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7년을 끈 끝에 81년 정식재판이 열렸다. 다시 8개월. 연방법원은 마침내 법무부의 소송내용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AT&T가 오랜기간 수많은 방법으로 독점금지법을 위반해 왔다는 판결이었다.

 82년초 AT&T는 법무부와 일종의 협정서를 체결하게 된다. 이 협정에 따라 84년 1월1일자로 AT&T는 AT&T란 이름을 그대로 간직한 1개 회사와 7개 지역회사로 쪼개졌다. AT&T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7개 지역회사는 미 전역을 같은 수의 지역으로 분할, 각 지역내 통화시장을 독점하되 장거리시장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장거리 시장 참여권은 AT&T에 주어졌다. 장거리 전화시장은 지역전화 시장과 달리 경쟁이 허용됐다. 수백개의 회사가 이 황금시장을 노리고 뛰어들었다. 통화료 인하경쟁의 서막이었다.

◎AT&T 국제마케팅담당  재클린 모리씨/“가족중시 전화 많이쓰는 한인연구도 철저”

 AT&T의 국제 마케팅담당 재클린 모리씨(여)는 『AT&T는 이미 70년전부터 가격을 인하해 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말은 미국의 전화요금은 AT&T가 전화사업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떨어져왔다는 뜻인 동시에 MCI등의 가격경쟁 전략에 대한 말막음이기도 했다. 짐짓 모르는 체 가격경쟁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자 『가격보다는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가치란 서비스 음질 기술등이 모두 포함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모리씨는 앞으로의 미국 전화시장 판도에 대해 『지역 독점이 무너지고 완전 자유경쟁 체제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방법은 하나에서 열까지 소비자를 우선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AT&T는 한국인을 위한 서비스 개발및 광고와 관련해 철저한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는 한국인들이 직접 제작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철저한 연구」가 빈말이 아님을 입증해 보이기라도 하듯 『한국인들이 국제전화를 많이 하는 이유는 가족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배스킹리지(뉴저지주)=홍희곤특파원】

◎MCI 국제마케팅담당  마크 슈와이처씨/“소수민족언어 24시간 서비스등 경쟁선도”

 MCI의 국제 마케팅담당 마크 슈와이처씨는 인터뷰 내내 「경쟁」이란 단어를 되풀이 했다. 슈와이처씨는 『MCI는 전화시장에 참여한 이래 가격은 물론 24시간 언어 서비스, 콜링 카드(기능이 다양한 전화 카드), 비디오 폰 등의 분야에서도 경쟁을 선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전개될 더욱 치열한 경쟁이 궁극적으로 전화시장의 완전 자유경쟁 시대를 열게 될 것이며, 이는 전체 산업과 소비자의 이익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거는 장거리 전화의 시장규모에 대해 『통화시간으로 따지면 캐나다, 멕시코, 영국, 일본에 이어 5위에 해당한다』면서 『통화액수는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아 정확히 말할 수 없으나 5위보다 높았으면 높았지 결고 낮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거리 전화시장 중에서도 특히 국제전화시장이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면서 『누가 더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는 것이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국제 통화량이 많은 소수민족을 잡기 위한 아이디어 싸움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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