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의욕·지나친 기대… 남는 아쉬움 MBC TV 창사특집다큐멘터리 3부작 「규장각」(11월28, 29, 30일 하오10시55분 방영)은 보고난 후의 아쉬움에도 불구, 제작진의 의욕이 장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규장각」은 지난해 9월 방한했던 프랑스 미테랑대통령의 외규장각 도서반환 약속을 화두로 삼아, 이후 끊임없는 질문으로「개혁정치가로서의 정조」와 「개혁정치의 중심으로서 규장각」을 조명하려 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았던 까닭이었을까. 쏟아지는 제작진의 질문에 때론 가슴 졸이며 때론 숨가쁘게 명쾌한 대답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은 끝내 아쉬움을 쓸어내려야 했다.
선왕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러 갔던 정조의 수원릉행이 백성의 직소를 듣는 자리이며, 정치개혁의 연장선(천도를 포함한)에 있음을 부각시킨 것이 눈에 띌 뿐, 「정조」와 「규장각」을 둘러싸고 제작진이 스스로 던졌던 여러 의문들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 불분명했다. 초반에 언급됐던 「정조의 독살설」은 종반에 「부스럼에 의한 병사」로 처리되고, 개혁 동참세력(남인세력을 중심으로 한)을 길러내는 기관으로서의 규장각의 의미는 명료하게 돋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규장각내 이문원을 중심으로 한 활자개발의 업적이나, 종이질의 우수성, 연행사를 통해 사고전서를 얻으려 했던 정조의 노력등만이 어지럽게 「규장각의 실체」로서 인상지어졌을 뿐이다. 여기에 역사적 이해를 돕기 위해 곳곳에 삽입된 재연장면들은 다큐멘터리 전체의 차분한 흐름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중국 일본을 오가는 취재진의 잰 발걸음을 통해 「프랑스와 일본에 의해 저질러진 규장각 도서 침탈사」라는 아픈 역사에 대한 의식을 꿈틀거리게 한 점, 우리에게도 정조대왕같은 개혁정치가가 있었음을 깨닫게 한 점등은 다큐멘터리 「규장각」의 자랑스런 업적이다. 「길은 먼데 날은 저물고」라는 제1부의 제목 그대로 「규장각」은 기대만큼이나 아쉬움도 큰 작품이었다.【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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