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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제도 전면개혁… 「규제40년」 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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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제도 전면개혁… 「규제40년」 종지부

입력
1994.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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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홍수… 「퍼내기」로 부작용완화/기업 금리부담 연20억불 줄어/원절상·수출감소·인플레 “비상” 세상이 변함에 따라 외환제도도 전면적인 탈바꿈을 하게 됐다. 한국사람이나 외국인이나 해외에 나갔다 돌아오면 공항에서부터 탁한 공기, 째질듯한 과밀교통에 숨막히는 체증을 보고서 이제 우리 땅에 도착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듯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이중삼중으로 규제의 줄을 치고 있는 외환제도를 보고서 「아직 선진국이 아닌 한국」을 느낄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만큼 외환제도는 규제일변도로 짜여져 개인이나 기업의 해외활동을 발묶었고 외환부족국가로서 갖는 독특한 후진적 색채를 지녀왔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외환제도개혁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나면 사람들은 여기가 더이상 「규제의 땅」「자유화기피증의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은 인정할게 확실하다. 그만큼 이번 조치는 개혁적이고 과감하다. 실로 40년만에 외환규제의 굴레를 벗어젖힌 느낌이다.

 이번 외환제도 개혁의 출발점은 기업들이 해외의 싼자금을 쓸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상업차관 외상수입 수출선수금 해외증권 외화대출 국제금융리스(항공기 선박) 외국인주식투자등을 통해 국내기업들은 내년중에만 연간 3백20억달러(25조6천억원)의 외화를 조달해 쓸 수가 있게됐다. 해외증권등 일부자금은 이자가 없고 나머지도 금리가 연 6∼8%로 국내의 13%에 비해 절반이나 싼 양질의 자금이다. 국내돈을 쓰는 것과 비교하면 연 20억달러(1조6천억원)의 금리부담을 덜어준다. 기업에 경쟁력을 더해줌은 물론이다.

 그러나 기업에 이러한 금리혜택을 주는 「외화홍수」는 그효과 이상으로 부작용을 유발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당장 「외화홍수」로 경제 전체가 몸살을 앓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원화절상과 그에 따른 수출감소, 엄청난 통화팽창과 물가불안등이 주요 병증이다. 이 정도면 면역이 어느 정도 강한 건전경제조차도 견뎌내기 힘든 치명적인 타격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대한 해소하기 위해 외화를 밖으로 반출하는 「돈퍼내기」가 대폭 강화된다. 이 돈 퍼내기가 이번 조치의 두번째 핵심이다. 퍼내기수단은 해외여행경비·해외이주비·해외증권투자 한도확대, 5천달러이하 송금자유화, 해외예금·해외부동산 투자신규허용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파격적인 내용이 많다. 이렇게 나가는 돈(여행경비 제외)이 80억달러선이다.

 국내금융시장이 워낙 고수익의 「황금시장」이라서 돈이 나가는 출구나 돈이 들어오는 입구를 비슷하게 열어 놓아도 유출액보다는 유입액이 훨씬 많게 마련이다. 3백20억달러가 들어오고 80억달러가 밖으로 나가는데 이 중에서 외화대출부문 60억달러를 제외하면 결국 연간 순유입액 기준으로는 1백80억달러의 돈이 국내로 들어올 전망이다.

 외화의 유출입을 자유화하고 확대하는 만큼 외화의 보유는 완전 자유화한다. 이번 조치의 세번째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외화보유로 형사처벌되는 사례는 이제 구시대의 풍경이다. 일반 국민들이나 기업이나 종전과 비교해 너무도 달라진 세상에 살게 된다.

 재무부는 이번 개혁안을 마련하면서 『외환규제, 금융규제때문에 더이상 기업을 못해 먹겠다』는 기업의 하소연이나 『한국은 폐쇄적인 금융후진국』이라는 국제사회의 지적등 최근들어 잦아진 외부질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짐했었다. 그러나 국내외 금리차가 2배인 상황에서, 또 거액자금의 해외반출가능성이 높아진 분위기에서 완전한 자유화는 부작용을 방치하겠다는 무책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재무부는 자유화·개혁의 수준을 어느정도로 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최근처럼 「세계화」추진에 정치적 힘까지 실릴 경우 각종 한도를 없애거나 대폭 확대하는 것은 절차상 매우 쉬운 일이다. 반대할 다른 부처도 별로 없다. 그러나 그 뒷감당을 하는 일은 경제 전체를 좌우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무조건적 자유화는 경제를 걸고 하는 모험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자유화를 과감하게 진행하고 규제를 푸는 만큼 더욱 큰 과제가 금융당국에 떨어진다. 일이 끝난게 아니라 전혀 새롭고 엄청난 일들이 새로 등장하는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통화와 물가 환율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누구도 긴장을 풀 수가 없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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