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이번에도 「정면돌파」라는 특기를 살려 갈기갈기 찢긴 정국을 수습하려 하고 있다. 국세·지방세·공공요금을 가리지 않고 돈을 다루는 관공서를 들추면 횡령사건이 쏟아져 나오고, 국회는 문민정부 출범후 해마다 예산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켜 국민의 비난이 빗발치고, 야당은 거리로 뛰쳐나가 12·12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궐기대회를 잇달아 열고 있는 와중에서 김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강도높은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행정개혁은 역대정부가 집착해온 과제였으나, 한번도 개혁이란 이름에 걸맞는 개편을 이루지 못했다. 부처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고, 그에 따른 동요와 로비가 만만치않아 용두사미로 끝나곤 했다. 이번에 발표된 행정개혁안은 과거의 정부들이 손대지 못했던 과감한 통폐합과 축소개편으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있다.
그러나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전체적으로 5백명내지 7백명의 공무원 감축이 예상되고, 장관 2명 차관 3명 차관보 4명 국장급 23명의 자리가 날아가는 대대적인 개편인만큼 공직사회의 불안이야 말할것도 없지만, 일반 국민사이에도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것은 이처럼 획기적인 행정개혁을 감당하기에는 현재의 여건이 여러가지 면에서 취약하다는 느낌 때문이다. 또 김대통령이 구사해온 깜짝쇼적인 정면돌파 전략에 식상한 사람들도 많다. 집권 2년이 가까워오는 김대통령은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남은 임기는 지방자치제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밀려 제대로 통치할 겨를이 없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대통령의 문제일뿐 아니라 국민의 문제이기도 하다.
성수대교 붕괴등 잇달아 터지는 대형사고들로 민심이 흉흉하고, 세금 도적질의 전국화로 온나라가 벌집쑤신듯 시끄러운 가운데 국민은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한 정권에 대한 위기감의 차원을 넘어 나라가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공포다.
지금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냉소주의와 분노를 한껍질 벗기면 하루빨리 온나라가 거듭나야 한다는 조급증이 자리잡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번 행정개혁을 집권초기의 개혁바람에 다시 불을 붙이는 계기로 삼아 국민의 냉소주의를 녹이고,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은 아무리 뜻이 좋다해도 성공여부를 확신하기 힘든 모험이다. 「세계화」라는 슬로건을 향해 정부를 획기적으로 개편하고 다시 뛰려는 대통령의 거대한 모험은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없이는 성공할수 없다. 국민은 지금 대통령의 진정한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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