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차 미의회의 회기 끝날인 1일 상원 「덕센 홀」에서 열린 북핵청문회는 정부측 증인으로 나온 로버트 갈루치 국무차관보의 화려한 원맨쇼로 끝났다. 갈루치차관보는 이날 제네바합의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성한 질문을 되풀이하는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성공을 거뒀다.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를 했다」고 따지는 의원들의 추궁에 대해 그는 『핵확산금지조약이나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협정 규정에도 없는 핵재처리를 포기토록 만들었는데 무엇이 양보냐』고 반문했다. 북한에 지나치게 많은 당근을 준 「나쁜 선례」라는 비난에도 『이번 합의는 진행중인 핵개발의 포기는 물론 미래의 핵개발까지도 봉쇄한 성공 사례』라고 되받아쳤다. 과거핵문제도 진짜 당근인 경수로핵심부품을 건네기 전에 반드시 해결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갈루치차관보는 증인이 아닌것처럼 보였다. 마치 제네바합의문에 관해 강연하러 나온 사람처럼 유연한 화술로 의원들을 설득했다. 심지어 한 의원이 핵합의서의 허점을 4가지로 요약해 정리한 차트를 가리키며 『차트까지 만들어와 고마운데 내용이 다 틀렸다』면서 조목조목 반박해 나갔다.
교수출신의 갈루치는 마치 강의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같은 질문을 해대는 학생을 다루듯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약 3시간에 걸친 증언을 마치고 가뿐히 증인석에서 일어서는 갈루치를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것은 저렇게 입심좋은 갈루치를 상대로 경수로 분담협상을 벌여야 하는 우리측 대표들의 얼굴이었다. 한국측은 앞으로 보름 안에 갈루치와 다시 만나 경수로 분담액수를 조정해야 한다.
얼마전 한 유럽기자가 빈정대는 투로 건넨 말이 뇌리를 스쳤다. 『미국사람들은 머리는 자기들 것을 쓰고 주머니는 한국사람들 것을 쓴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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