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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단정치인과 9급정치/이이춘 정치1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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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단정치인과 9급정치/이이춘 정치1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4.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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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0일 문을 연 올 정기국회는 폐회까지 불과 2주일 정도를 남겨두고 있다. 1백일의 회기에서 90여일을 이미 소진한 셈이다. 그러나 올 정기국회가 제대로 문을 연 시일은 불과 30여일이다. 문을 열자마자 추석이라고 쉬고, 성수대교 붕괴참사로 인한 충격으로 쉬고, 참사에 대한 야당의 정치공세로 쉬고, 결정적으로는 민주당의 12·12공세로 아예 마음 놓고 쉬다 보니 회기말이 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문을 연 30여일도 의원들이 가장  뽐낼 수 있다는 국정감사 20일과 본회의 대정부질문기간 뿐이었다.○쉬다보니 회기말

 올 정기국회의 평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미 과락을 받아 놓은 셈이다. 나머지 회기도 민자당의 새해 예산안등 주요안건의 강행처리와 민주당의 뒤늦은 등원및 결사저지로 파행의 길을 걷게 될 게 명백하다.

 국제화를 외치며 당당하게 회기를 시작했던 올 정기국회가 왜 이렇게 만신창이의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쳐지는 것일까. 그 이유와 책임은 여야 모두와 모든 정치지도자들이 공유해야 한다. 민주당이 정치공세의 무기로 삼고 있는 12·12문제는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

○잘못 끼워진 단추

 먼저 검찰의 12·12 결정에 대한 책임론이다. 검찰이 내린 12·12사건 수사결론은 기소유예 결정이었다. 죄는 있지만 죄를 묻지 않겠다는 결정은 아예 결정을 내리지  않는것 보다 못했다는 소리가 처음부터 나왔다. 물론 검찰의 결정이 검찰 단독으로 내린 것이었느냐 하는 부분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형식논리상으로는 검찰이 책임의 일단을 져야 한다.

 다음으로 민주당의 정치공세 사유이다. 12·12사건이 국회를 볼모로 하여 총정치공세를 펼칠만큼 절박한 문제였느냐는 부분이다. 사실 「성공한 쿠데타」를 15년뒤 사직당국의 판단에 맡기는게 온당한지를 묻는 소리도 적지 않았고 그래서 민주당의 정치공세를 사시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한마디로 이기택대표가 확실한 당권장악을 위해 12·12사건을 이용하고 있다는 반론이 뒤따랐다.

 여권도 책임의 일단을 면하기는 어렵다. 여야 영수회담의 분위기가 어느정도 조성되었을 때 김영삼대통령과 이대표의 청와대회담이 있었다면 상황이 파행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뒤늦은 후회도 나오고 있다. 「줄것이 없다」「이제는 주고 받는 정치는 지양한다」는 외곬논리로 이대표를 외통수로 몰아 세운 책임은 져야 한다.

 야당원로인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도 분란에 조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대표가 원내복귀 대신 장외공세를 펼치는 시점에 등원론을 제기, 이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하고 민주당에 또 다른 알력을 야기했다는 소리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이대표가 그답지 않은 대여 강경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근본이유가 당권장악과 대권후보에 있기 때문이라는게 정치권의 공통분석이고 보면 김이사장의 행동거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어 있다. 김이사장이 지난 92년 대통령선거 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했을 때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그의 은퇴를 안타까워 하면서도 용단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는 정계은퇴 선언이 진심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김이사장의 그후 행보는 정치적 시각으로서야 파악되는 면이 적지 않았고 이로 인해 여권핵심부와 이대표는 김이사장의 일거수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정치방향을 잡아 왔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김이사장의 불분명한 자세가○정치 망치는 욕심

 오늘의 헝클어진 정국을 만든 중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우리 정치가 항용 그렇지만 올해의 정치도 정치인들의 욕심에 의해 망가져 가고 있는 셈이다. 9단 정치인은 즐비한데 현실정치는 9급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그 책임은 누구의 것일까. 국민들이 알고 싶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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