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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구태 재연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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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구태 재연인가(사설)

입력
1994.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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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되풀이되다시피해왔던 정기국회의 예산안처리 파동이 금년에도 재연되었다. 변칙처리니 날치기 통과니 하는 파행정치의 용어들이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진줄 알았던 국민들은 또다시 한숨을 몰아쉬고 있다. 예산안통과 법정시한인 2일밤에 벌어진 변칙처리광경에 또한번 실망했기 때문이다.

 무엇때문에, 도대체 무엇때문에 우리는 해마다 이런 파행쇼를 구경해야 하는가. 다른 나라 국민들 보기에도 창피하지만 우리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마치 전투라도 하는양 여야는 의사당안에서 조를 나누어 포진 대치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국민앞에 보여줘야 하는가. 국회를 버리고 나가면 장외투쟁이고 들어오면 격돌에 날치기 파동이니 이를 두고 어찌 의회정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밤의 파동을 두고 여당인 민자당은 예산안의 법정시한내 처리에 성공했다고 자부할지도 모른다. 방청석 지방기자실에서 사회봉을 두들기는 30초간의 깜짝쇼로 이렇다할 물리적 충돌없이 간단히 해치웠다고 자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다수당의 정치적 역량이 그것밖에 안되느냐고 새삼 되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문민시대에 와서도 권위주의시대와 똑같은 정치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집권 여당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이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같다.

 12·12만이 이번 국회가 해결해야 할 유일무이한 과제인양 인식한 것은 잘못이었다. 국민생활과 직결된 숱한 문제들을 모조리 외면하고 국회밖에서 군중집회까지 강행한데 대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민주당은 겨울추위가 닥치는데도 계속해서 주말군중집회를 결행한다는 방침인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만 취소했으면 한다. 남은 국회 회기동안이라도 중요안건을 심의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고싶다.

 흔들리는 리더십, 왔다 갔다하는 당론, 옥신각신하는 내분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걸 감안한다면 야당도 이제 구태를 버리고 보다 높은 차원에서 신사고로 새로운 정치행태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지나간 과거사에 매달리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으로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열린 국회를 공전시키는 것이 야당의 효율적인 투쟁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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