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드디어 승용차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삼성의 신규참여에 과당경쟁의 폐해와 이에따른 경쟁력약화를 이유로 반대해왔던 주무부처인 상공부가 삼성의 진출을 수용키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보다 좁혀 말한다면 청와대의 관계참모들이 김영삼대통령을 설득, 생각을 돌리게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신발산업 사양후 지역경제의 구심력이 될 대체산업이 없어 고심하던 부산에 승용차산업의 공장을 세우겠다고 제안함으로써 부산지역의 지지를 획득한 것이 결국 김대통령의 승인을 얻어내는데 결정적인 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파장은 크다. 이번 결정은 정치적 결정이다. 정치의 이해관계가 행정의 판단을 지배할때 행정은 설땅이 좁아지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의 재벌및 산업정책은 사실상 실종되는거나 다름없다. 국민경제를 재벌그룹들에 위임하기에는 아직 그들의 능력과 도덕성이 미흡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그들 승리의 파급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알아야한다.
삼성그룹으로서는 또한 책무가 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삼성그룹이 국내정상의 재벌그룹이고 승용차산업이 앞으로 한국경제가 그 명운을 걸어야하는 막중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승용차산업은 세계적인 다국적메이커들이 가공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산업이다. 막대한 운전자금과 설비투자, 첨단의 기술과 마케팅, 고도의 국제협상력등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재벌그룹으로서 이러한 요건을 감당해갈 수 있는 그룹은 극히 제한돼 있다. 삼성그룹으로서는 그야말로 도전이 되는 것이다.
우선 새로운 진입이 있을 때마다 물의를 일으키게 되는 기술인력의 스카우트전과 협력업체쟁탈전을 야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삼성그룹의 진입계획에 반대했던 주요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지금 현대, 대우, 기아, 쌍용등 기존회사는 업체마다 약1천5백명에서 3천5백명의 기술인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스카우트전을 극히 우려하고있다. 협력업체도 수백업체에 달하고 있는데 이들의 향배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공부도 인력스카우트와 협력업체탈취전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기술제휴선인 닛산(일산)과의 유대폭을 강화, 확대하여 중국등 제3국에의 진출등 수출에 주력해줄 것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승용차에 관한한 신규·진입업체이므로 기술인력, 협력업체문제와 관련, 마찰이 불가피할지 모르나 상공부측의 요구대로 기술인력을 일본 닛산공장에서 현지 훈련시켜 확보하는등 새로운 선례를 남겼으면 한다.
또한 닛산을 업은 삼성의 진입이 결과적으로 국내자동차시장을 일본자동차회사들의 전쟁터로 만든다면 그처럼 큰 국익에의 손실은 없을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점을 각별히 유의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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