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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KT변수」 돌파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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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KT변수」 돌파구 기대

입력
1994.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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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택민주당대표가 1일밤 내주초 등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민자당의 새해예산안 단독처리를 둘러싼 대치정국에 중대한 상황변화가 발생,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민자당은 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인 2일까지 민주당이 무조건 등원하지 않으면 단독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대야 등원압력을 계속해 여야가 심야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여야는 일단 2일 상오 총무접촉등을 갖고 최종절충을 벌일 방침이어서 2일의 국회상황이 향후 정국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여 움직임/한밤 당정회의서 강경분위기 우세/“다리 건너갔다” 비상연락망 가동도

 민자당은 1일 예산안 단독처리를 위한 실무준비를 완료하고 마지막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날 밤부터 초읽기에 돌입했다. 야당을 국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기도 했지만 실제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했다. 전날 밤12시까지 가동됐던 예결위는 이날 상오10시께부터 다시 단독강행군에 들어갔다. 정책질의와 부별심사에 이어 2일 새벽까지 예결위 마지막 절차인 계수조정작업을 진행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의결절차만 남겨놓은 것이다.

 예결위의 완전가동을 위해 민자당은 소속의원들의 상임위를 조정하기도 했다. 예결위원들을 전원 참석시키고 이 때문에 자리가 비는 상임위에는 다른 의원들을 배치했다.

 농림수산위는 추곡수매동의안을 진통끝에 통과시켰다. 하오11시께 회의를 속개한 농림수산위는 일부 의원들이 여전히 반발하는 가운데 정부안보다는 수매량을 인상시킨 수정안을 의결했다. 박경수의원등은 『지난해 공무원봉급을 동결한 상태에서도 수매가를 인상했는데 금년에 수매가를 동결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져 박의원의 반대 속에 표결처리했다.

 재무위도 역시 하오11시께 회의를 열어 세법개정안등 예산부수법안을 통과시켰다. 재무위의 이날 의결은 내년도 세입의 확정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의원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재무위 소위는 1천5백30억원 규모의 삭감액을 놓고 정부측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이 때문에 당초 하오9시 열릴 예정이던 전체회의가 2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추곡수매동의안과 예산부수법안이 통과되자 민자당주변에선 단독처리를 향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민자당의 예산안 처리 행보가 이처럼 빨라진 것은 하오5시께 열린 여야총무회담이 결렬되면서부터였다. 회담 후 이한동총무는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오10시께 국회로 돌아온 이총무는 굳은 표정으로 『이제 늦었다』고 말했다. 이총무는 야당이 내주에 등원키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서도 『말할 것이 없다』고만 밝혔다.

 민자당은 이와 함께 2일 하오2시 열리는 국회본회의에 소속의원 전원이 참석하도록 비상연락망을 가동했다. 의원국 실무자들은 전화와 전보를 통해 이중으로 의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김종필대표도 하오9시께 총무단에 전화를 걸어 예산안 처리를 위한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의원들을 격려 했다.

 민자당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야당의 태도변화만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일단 진행시킨 추곡수매동의안이나 예산부수법안등에 대해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사실상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이에 앞서 민자당은 이날 상오부터 황락주국회의장과 이총무 서청원정무1장관이 수시로 만나 대책을 논의하는등 단독처리와 막판협상의 갈림길에서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정광철기자】

◎야 움직임/당내외서 조기등원압력 계속 가중/이대표 “방관론”서 선회 결단내려

 민주당이 1일 오는 5일 등원키로 결정해 장기 국회공전사태등 파행을 면치 못했던 경색정국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대표는 이날 밤 기자들과 만나 『내주 등원을 전제로 총무에게 협상을 일임하겠다』고 말했으나 사실상 5일 등원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동안 조기등원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이기택대표가 조기등원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더 이상 당내외의 등원압력을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만간 등원하겠다는 의사표명이 없을 경우 단독으로라도 새해예산및 추곡수매가 동의안처리를 강행하겠다는 민자당의 「협박」도 이대표의 등원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는 이날 하오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만 해도 조기등원불가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했다. 이대표는 그러나 최고위원들과 당고문들이 대부분 조기등원을 위한 이대표의 결단을 요구한데다 농촌출신 의원 20명이 연명으로 등원결정을 위한 의총소집을 요구하는등 당내 등원 압력이 거세지자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던 것같다.

 이대표측은 원래 여당의 단독처리 강행방침이 「엄포」용이며 실제로는 단독처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여당이 굳이 단독처리를 강행한다면 내버려둬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즉 몸싸움으로 저지해 봐야 추한 모습만 보여 야당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어서 손해라는 판단이다.

 이대표측이 즉각 등원을 거부하는데는 대통령의 경고에 굴복할 수 없다는 「자존심」 문제도 걸려 있다. 이대표측은 민주당이 어렵게 등원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는데도 여당이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고 단독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야당을 철저히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라고 비난하고있다.

 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러한 논리를 내세워 즉각 등원론에 맞섰다. 이대표는 『우리가 부천 집회후 등원판단을 할 것임을 여당이 잘 알면서도 예산안을 단독으로 해치우려는데 분개한다』면서 등원결정 연기를 강력히 주장했다. 박일고문도 『부천집회전 등원은 안된다』고 이대표편에 섰다.

 이에 대해 신기하총무와 유준상 조세형최고위원은 즉각 등원론을 제기했다. 여당의 단독처리를 막고 새해예산및 추곡수매안과 주요법안심의에 참여하기위해 지체없이 등원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신총무는 『민자당측에 강행처리 보류요청을 했더니 등원시기를 먼저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고 황락주국회의장및 이한동민자총무와의 전화접촉결과를 보고하고 조기등원을 결정해야 여당측과 협의해 주요현안 처리일정을 늦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조 두 최고위원도 『당의 단합을 위해 대표가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조기등원론을 폈다.

 동교동계의 권로갑 한광옥최고위원은 이대표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 않는 신중성을 보였으나 이대표가 가능한 한 빨리 결단을 내려줄 것을 거듭 촉구해 조기등원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대표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 이날 밤 자신에게 위임된 결단을 내린 것이다.【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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