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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유증」 3년만에 수습/독일경제 “파란불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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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유증」 3년만에 수습/독일경제 “파란불 신호”

입력
1994.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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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정책 고집 “인플레억제 한몫”/금년 마이너스 탈피… 2%성장 기대 독일경제가 뚜렷이 되살아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마이너스 1.2%의 실질성장을 기록, 2차대전후 처음으로 경제가 뒷걸음질치는 모습을 보였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의 주요 선진국들이 너나없이 경기가 후퇴하는 곤욕을 치렀지만 경제가 도리어 쪼그라드는 마이너스성장을 보인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일본이 성장구조의 근본적 한계에 부딪친데다 미국의 개방압력까지 가속돼 내우외환의 진통을 겪었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정체수준인 0.1%를 나타냈을 뿐이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GNP(국민총생산), 2위의 무역고를 자랑하는 독일이 통일후 3년째 들면서 경제가 일거에 무너지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독일경제의 통일 후유증이 예상밖으로 심각해지자 프랑스·영국을 비롯한 EU국가들은 독일이 통일에 따른 인플레 수습을 위해 고금리정책을 고집해 결과적으로 통일진통을 인접국가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3·4분기를 고비로 독일의 각종 거시경제 지표는 서서히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가 되자 독일의 5대 경제연구소들은 올해의 실질성장률이 적어도 1.5%, 잘하면 2%이상의 현저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잇따라 수정전망했다. 동서독 전체의 소비자물가도 92년 4.7%, 93년 4.0%의 높은 수준이 급속히 둔화되면서 올해는 연평균 3.0%의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했다. 올 연초까지 IMF(국제통화기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WEFA(와튼경제연구소)등 세계 유수의 경제예측기관들이 올해 독일은 기껏해야 0.8∼1.3% 수준의 저성장을 면치 못할 거라던 전망과 큰 차이를 보인다.

 독일의 경제연구소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입장으로 정평있는 DIW(독일경제연구소)조차 하반기들면서 전망치를 바꿨다.

 DIW에서 경기예측을 담당하는 하이너 플라스벡 부소장은 『올해 동독이 8∼ 9%, 서독은 1.5%의 실질성장을 각각 기록해 전체 경제가 2%는 성장할 것』이라며 『경기가 놀랄만큼 빠른 회복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본의 연방정부나 프랑크푸르트의 분데스방크 관계자들도 「최소한 1.5%」라는 구체적 전망치를 들며 독일경제가 회복국면에 진입했음을 자신있게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연초후 4∼5개월만의 놀라운 변화여서 독일 언론에선 『콜총리등 집권 보수연합이 지난 연말 미리 엄살을 떨어 10월총선에서 극적으로 정치적 인기를 만회하는 전략을 쓴 셈』이라는 논평이 나오기도 했다.【본=유석기기자】

◎독 최대노조 「이게메탈」/「경제위기협약」 사와 합의/94­95년도 「임금인상률2%」로 묶어/조합원 3백50만명… 노동정책 좌우

 유럽최대인 독일의 금속노련 이게메탈(IG METAL)은 지난 5월 사용자단체인 게잠트메탈(GESAMTMETAL)과 94·95년 단체협약을 마무리 지었다. 게잠트메탈은 독일의 단체협상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이게메탈에 인건비때문에 장기단체협약을 더이상 지킬 수 없다고 일방통고해 이번 단기단체협상은 독일뿐만 아니라 전유럽의 관심속에서 진행됐다. 우여곡절끝에 타결된 단체협약은 94년6월부터 95년말까지 임금인상률을 2%로 묶는다는 것이 골자였다. 지난해 독일의 물가상승률이 4.2%인 점에 비추어 보면 이게메탈은 실질임금의 하락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게메탈측은 이 협약을「위기협약(CRISIS COMPROMISE)」이라고 표현했다. 그들도 최근 상황을 위기라고 바라보는 것이다.

 이게메탈은 독일내 자동차 엔지니어링 조선 전자산업의 종사자 3백50만명을 조합원으로 하는 유럽최대의 산별노조로 독일의 노동정책을 좌우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자랑해왔다. 프랑크푸르트 서쪽 리온거리에 위치한 이게메탈본부는 14층짜리 쌍둥이 건물에 8백여명이 바쁘게 근무하고 있어 얼핏 보면 대규모 회사를 방불케 한다. 그러한 이게메탈이 4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실질임금삭감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화학산업노련인 이게 케미(IG CHEMIE)도 사용자단체와 협상에서 3개월간 임금동결후 2%의 인상에 합의했지만 최대노조인 이게메탈이 실질임금감소를 받아들임으로써 독일의 노동단체들이 새로운 위기에 처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독일 노동단체들의 위기는 한마디로 실업에 대한 것이다. 전세계를 휩쓴 경제불황에서도 굳건함을 유지해온 독일경제는 통일의 부담이 겹치자 마침내 지난해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8%를 상회했다. 이게메탈에 가입하지 않은 폴크스바겐사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단체협약안은 독일노동운동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그대로 말해준다. 「2년간 주4일근무와 실질임금 10%삭감, 이에 대한 대가로 감축대상자 3만명의 해고유보」가 폴크스바겐의 단체협약이다.

 이게메탈의 홍보책임자인 오포진스키씨(여)는 『현재 우리의 가장 중요한 협상목표는 임금인상보다는 직장을 지키고 직업을 창출하는 것이다. 실질임금이 삭감되더라도 실업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게메탈은 통일후 동독의 실업률 상승문제를 포함해 전독일의 경제활성화와 산업구조조정을 위해 게잠트메탈과 공동보고서를 만들어 단체협약타결직전 콜총리에게 제출했다. 골자는 94년7월부터 95년6월까지 1년동안 산업투자에 대해 정부에서 7.5%의 지원을 하고 현재 사용자측이 근로자를 위해 지불하는 복지기금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포진스키씨는 『현재 동독의 임금은 서독의 절반수준이다. 실업률은 15%에 육박한다. 전통적으로 독일산업의 힘은 수준높은 노동자들이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온데 있었다. 실업률을 낮추고 임금수준을 유지하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산업구조의 조정밖에 없다』고 말했다.【프랑크푸르트=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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