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목록 뜯어내고 “바꿔치기”/장부 아예 집에가져가 작업도 부천시 소사구청 세무과 직원들이 감사원 감사 직전 횡령사실을 감추기 위해 과장 주도하에 「은폐모임」을 갖고 세금관련 장부를 뜯어고친 사실이 밝혀졌다.
북구청 세금횡령사건과 관련, 감사원의 원미구 특별감사 계획이 알려진 지난 9월 중순 소사구 유재명세무과장(47·구속)은 직원들과 감사대비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림동규씨(37·기능 10급)는 자신이 영수증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등록세 1억7천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보고를 받고 놀란 유과장은 세금 횡령사실이 적발되면 자신이 직무유기로 고발될 것을 우려, 세무1계장 조용석씨(38·구속)등 직원들과 의논끝에 『수납대장에서 횡령물건항목을 아예 지워버리자』는 림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수납대장 조작을 지시했다. 우선 감사만 피하고 보자는 생각에서 수납장부 조작만으로도 감사원의 눈을 속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납대장 조작은 감사원의 원미구청 감사가 시작된지 2일 뒤인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5일간 진행됐다. 같은과 일용직 정명수씨(24·구속)와 김대희씨(26·구속)등이 주축이 됐고, 김모씨(26·여)등 당시 대장기록을 담당했던 동사무소직원까지 불러 모두 8명이 가담했다.
장부 글씨체가 확연히 다르면 위조사실이 들통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소는 다른과 직원들의 눈에 잘 안띄는 세무과내 전산실을 택했다. 일부 직원은 아예 장부를 집으로 가져가 조작하기도 했다.
소사구청의 「등록세 수납부및 취득세 자료정리부」(수납대장) 조작은 이런 경로로 세무과 과장, 계장까지 가담하는등 과 전체 차원에서 이뤄졌다.
검찰이 밝힌 조작수법은 수납대장중 림씨가 횡령한 등록세 물건이 기재돼 있는 쪽 전체를 뜯어내고 새로 작성한 쪽을 끼워넣는 것이었다. 새로 작성한 수납부는 림씨의 횡령물건이 빠져 한칸이 비게 되는데, 이 칸에는 다른 등록물건을 써넣고 볼펜등으로 칸 전체를 긋고 취급자의 확인도장을 찍어 마치 기재착오인 것처럼 위장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등기소에 보관된 등록세 영수증과 은행보관영수증을 대조하는 방법으로 림씨의 1백16건 1억7천6백4만원에 이르는 등록세 횡령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구청에서 넘겨받은 장부를 검토하다 날짜표기가 다른 소인이 찍힌 등록세 물건을 발견, 이 물건의 납세여부를 은행보관 영수증과 대조한 끝에 림씨의 횡령사실과 장부조작사실을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천 북구청의 경우 가짜 취득세 영수증철을 은폐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과세근거 자체를 없애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의 관계자는 『부천의 수납대장인 등록세 수납부및 취득세 자료정리부에는 등기소·은행에서 넘어오는 영수증을 대조해 세금납부를 확인하는 기록란이 아예 없다. 부천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등록세 사전검산제」때문에 장부자체를 규격과 다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원들도 수납대장만 조작하면 감사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인천=서의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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