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의 대학 졸업반 학생들이 취업전선에서 뛰는 것을 보면서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차별 의식에 새삼 놀라고 있다. 출신학교가 어디냐,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서 취업의 문이 활짝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이공계열이나 특수한 과를 제외하고는 전공보다 대학 이름에 좌우되고, 가정환경과 용모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유리한 조건을 가진 사람과 불리한 조건을 가진 사람의 첫 출발은 너무나 차이가 난다. 시험 한번 안치고 면접만으로 벌써 몇개 직장에 합격한 학생도 있고, 각 기업에 전화를 걸어 시험 한번 치게 해달라고 애걸하는 학생도 있다. 애걸해 봤자 소용없다. 『그 대학에는 응시원서를 보내지 않았다』는 냉정한 대답이 되돌아올 뿐이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유행하는 세상이니 『억울한 꼴 안 당하려면 고등학교때 공부 잘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입학력고사 성적이 비슷했던 A대학 B과 학생과 C대학 D과 학생사이에도 차별이 있다. 커트라인이 낮은 과를 찾아 일류대학으로 갔던 학생이 비일류대학의 커트라인 높은 과를 선택했던 학생보다 취업전선에서 대개 유리하다. 일류대학에서는 점수가 낮았던 과에도 추천의뢰가 돌아가지만, 비일류대학에서는 추천의뢰는 커녕 응시원서 얻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지방대학생, 비일류대학을 나온 여학생은 이중삼중으로 불리하다. 그들에게는 실력을 겨뤄볼 기회 자체가 거의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서류전형을 먼저 한후 필기시험을 치는 회사들도 십중팔구 그들을 서류심사에서 떨어뜨린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평등한 사회가 아니라는 현실에 충격을 받지만, 분노해 봤자 달걀로 바위치기다. 천신만고끝에 필기시험을 쳐서 합격권안에 들었다해도 면접시험을 담당하는 회사간부들은 대개 일류대 출신들이므로 출신교에 강한 선입관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를 고집하는 기업이나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입시지옥을 개탄하는 것은 너무나 위선적이다. 기업들의 일류대 선호가 이처럼 심각하고, 학벌이 사람을 평가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되고 있는데, 어떻게 입시지옥이 해결되겠는가.
대기업부터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지방사람,비일류대 출신을 가리지 않고 물건을 팔면서 그들에게 응시기회조차 안준다는것은 기업윤리에도 어긋난다. 기업들은 최근 우수한 인재를 뽑기위해 선발방법을 바꾸는등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데,응시 제한을 푸는일부터 시작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