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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세」에 주눅든 고위당정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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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세」에 주눅든 고위당정회의

입력
1994.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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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안건은 「세계화」… 굳은분위기 진행/“야등원해도 걱정”“내년 지자선거도 고민” 30일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정부와 민자당간의 고위당정회의는 긴장감속에 진행됐다. 대치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색정국의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날의 묵직한 현안 때문인 듯했다. 전국적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는 도세사건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정국을 더욱 얽히게 만들 것이란 예감이 당정의 고위인사들을 괴롭히는 것같았다.

 이날 회의는 당초 김영삼대통령이 지난번 호주방문때 천명한 「세계화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세금비리사건이 점차 심각하게 확대되면서 이 문제가 주요 의제에 올랐다. 이와 함께 미중간선거결과에 따른 대북경수로지원문제의 변화여부도 논의됐지만 역시 관심의 초점은 도세사건이었다.

 회의에는 정부측에서 이영덕총리를 비롯, 홍재형경제부총리 이홍구통일부총리 한승주외무 최형우내무 박재윤재무 김두희법무 김철수상공자원 오린환공보처 서청원정무1장관등 모두 12명이 참석했다. 당측에서는 김종필대표 문정수사무총장 이세기정책위의장 이한동원내총무 나웅배국회외무통일위원장 김기배내무위원장 박범진대변인 강삼재기조실장 백남치·이상득·조부영정조실장 김길홍대표비서실장등이 참석했다. 그야말로 당정의 「호화멤버」들이 모두 모여 정국현안에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먼저 김대표가 도세사건을 화제로 꺼냈다. 김대표는 『세금횡령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야한다』면서 『그러나 조사가 장기화할 경우 행정기관업무가 마비될 우려가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빨리 특별감사를 끝내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총리는 『이번 특별감사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철저히 실시하되 금년중에 끝낼 예정』이라고 신속하고도 철저한 조사를 장담했다.

 이어 최내무장관의 보고순서가 되자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최장관은 자못 비장한 목소리로 『오히려 인천과 부천의 세금비리사건이 잘 터졌다』고 의외의 발언을 했다. 『이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조사, 처리하겠다』는 각오를 털어놓기 위한 역설적 표현이었다. 최장관은 그러나 은폐시비가 못내 마음에 걸리는듯 『일반동향은 보고받았으나 내용은 자세히 몰랐다』면서 『이번 특감을 계기로 국민의 티끌만한 오해도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웅배·김기배위원장등도 도세문제의 대책을 세계화와 연결지어 제안했다. 이들은 『세무공무원을 늘리기보다는 징수를 은행에 맡기는 방안등을 강구하는 것이 세금비리도 막고 행정의 능률도 향상시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도세문제가 단순히 비리차원에 그치지 않고 정치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현실인식 때문인지 한결같이 심각한 모습이었다. 더욱이 야당의 등원을 촉구해오던 민자당으로서는 바로 이것 때문에 야당의 국회복귀후가 더욱 걱정스럽다는듯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민자당의 지적에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공세는 물론 내년 지자제선거에서까지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안아야한다는 위기의식까지 스며 있는 것같았다.

 당정은 앞으로 실무차원의 회의를 지속적으로 갖고 세금비리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마련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선에서 이날 모임을 마감했다. 그러나 총리공관을 나서는 참석자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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