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공개비판 복무규율 위배”/하나회재연불구 “새길 내용도” 육군은 오형근전3사교장의 이임사가 형식은 몰론 내용에도 중대한 잘못이 있다고 규정했다. 오소장은 군인복무규율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장군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방법을 통해 군인의 절대가치와 육군목표를 혼란케 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군 개혁과 군 수뇌부에 대한 비난의도는 없었다는 진술과 달리 오소장의 이임사는 보직해임이란 엄중문책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 육군의 단호한 입장이다.
육군은 우선 오소장이 『군에 도움이 되는 정당한 의견이 있을 때는 상관에게 단독으로 건의를 할 수 있다』는 군인복무규율 24조를 위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을 공식행사를 통해 나타냄으로써 군의 단결을 해치고 장군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오장군은 『일부 정치권은 군의 자존심을 짓밟고 사기를 저하시켰다…』고 한데 이어 『일부 정치권의 몰지각한, 정돈되지 않은 대북정책은 우리 사회에 사상의 혼란과 대립을 조장하였으며 군내에는 주적이 어딘지 헷갈리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까지 말했다. 본인의 변명과는 다르게 명백한 정치발언이었다. 육군은 지휘권을 인수인계하는 엄숙한 공식행사장에서 국가시책을 비판하는 것은 「국익증진과 정책지원」이라는 육군목표 3항을 어긴 행위라고 밝혔다. 군대는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정책에 대한 공개비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장군은 교육기관의 책임자로서 공개된 장소에서 상관과 상급부대를 일방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상명하복인 군인의 절대가치관을 혼란케 하는 과오라는 것이 육군의 입장이다.
육군은 당초 오장군의 연설이후 군내가 술렁이자 경위를 알아본 뒤 『모두 잘해 보자는 뜻』으로 이해, 그냥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연설문의 대부분이 지난 22일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지자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강경조치를 결정했다. 무엇보다 「연설의 도미노 현상」을 우려한 것이다.
육군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하나회인 오장군이 하나회와 연계되어 연설을 한 것으로는 판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내에는 지난해 이충석장군의 발언에 이어 오장군이 공개비판한 것을 두고 「독특한 하나회 스타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군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들고 나와 정서상 호응을 얻으면서 정치성 발언을 하는 행태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 많은 장교들은 만약 이번 파문을 확실하게 정리하지 않는다면 제3의 발언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 온 것이다. 육군의 강성 방침은 군내의 이러한 기류를 충분히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오장군을 두차례 조사했다고 한다. 오장군은 조사에서 『물의를 일으켜 모든 부하들에게 미안하나 내 의도와는 다르게 알려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군통수권자나 군수뇌부를 비판하려는 직접 의도는 아니었다』며 『53사단 사건때 사단장이 자신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에 화가 나 연설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오장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보직해임에 이은 대기발령으로 연설파문은 일단 끝이 났다. 이번 사건은 군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의 존재에 대해 새로운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정치군인의 대명사로 일컬어져 온 하나회의 불씨가 여전히 군내에 남아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오장군의 발언행태의 문제점과는 별도로 『들을 만한 내용이 있다』는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군수뇌부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
한 장군은 『군이 화려해서는 안된다. 행동이나 의견이 다양한 것은 사회의 현상이다. 군은 단순하고 일사불란해야 한다』고 이번 사건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육군의 관계자는 『오장군이 곧 전역지원서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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