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과연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새삼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민주당이 그동안 이끌어 왔던 소위 「12·12정국」이 지금 전환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그간의 과정을 결산해볼 필요가 있다. 이 「드라마」는 당초 12·12관련자 기소 관철을 외치는 민주당의 국회보이콧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뒤 이기택대표의 의원직사퇴선언과 국회해산 요구로 이어졌고 급기야는 대규모 군중집회까지 열렸다. 이 과정에서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이 국회에 들어가라는 훈수를 한 것이 등원론을 부추긴 결과가 되어 내분이 노골화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내분을 수습하기 위해 12월12일까지는 장외투쟁을 하고 그 이후에 원내에 들어간다는 절충안을 격론끝에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12월12일전이라도 필요하다면 국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단서도 함께 달았다.
대여투쟁목표로 삼았던 12·12문제가 급기야는 야당 자체의 내부분열까지 초래하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온 셈이지만 29일의 의원총회까지 무사히 끝냄으로써 일단 고비를 넘겼다 하겠다.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 이 단계에까지 온 시점에서 민주당과 이기택대표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또 잃은 것은 무엇인가.
확실한 최종평가는 나중 이 드라마가 모두 끝난 뒤에야 나오겠지만 지금까지의 중간결산으로는 아무래도 크게 재미를 본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다.
민주당과 이대표의 끈질긴 투쟁으로 그동안 역사속에 묻혀버린듯 하던 12·12를 다시 끄집어 내어 상기시킨 것은 나름대로 의의가 있었다. 그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그러나 그 소득에 비하면 손해가 더 많다. 국회의 장기공전으로 국가와 국민이 입은 피해는 그렇다 치자. 이대표가 노렸던 리더십의 강화에도 크게 도움을 준 것 같지 않다. 김대중씨의 막후 발언 한마디에 흔들리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의원직사퇴나 국회해산·조기총선이라는 폭탄선언은 처음부터 불발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대표 자신에게 돌아갈 개인적 이득도 이처럼 의심스럽지만 민주당 역시 본의 아니게 국민들에게 적전분열 인상을 주고말았다. 민주당과 이대표는 한마디로 말해 지금까지 잘했다는 박수를 받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드라마가 막을 내리지 않은 이상 기회는 남아 있다. 12월12일까지 기다릴 것 없이 즉각 국회로 들어가는 시원한 종막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는데 아무런 명분도 이유도 필요없다. 그저 들어가면 그것으로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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