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두통·신경과민증세/수능후 본고사전 내원환자 부쩍/심하면 피해망상증까지… 고통 평생갈수도 입시장애증후군 환자가 늘고있다. 흔히 「고3병」으로 알려진 일시적인 증상과는 차원이 다른 신종 정신병이다. 학년에 상관없이 입시와 시험에 대한 중압감에 못견디는 학생들에게 주로 발병한다. 정신과 전문의는 이 병을 「죽지 않는 암」이라고까지 경고한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평생을 고통속에 살아야 한다. 입시장애증후군 환자는 매년 20% 이상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본고사가 치러지는 시기에 폭증한다.(주간한국 12월 8일자 상보)
수능시험 다음날인 지난 24일 상오 10시 수도권에 있는 한 정신병원. 이 병원 청소년정신의료센터 진료대기실에는 10대 청소년과 부모들로 만원이었다.
이들은 중고생과 재수생들로 불면증 두통 복통 요통 설사등 신체적 고통은 물론 초조 불안 신경과민등 정신적 혼란을 호소했다.
입시장애증후군. 진찰을 받은 대부분 학생들에게 내려진 병명이다. 이 병원 청소년정신의료센터 진태원실장(34)은 『하루에 약 50명의 환자를 진찰하는데 이중 10% 정도가 입원치료해야하는 중증환자』라면서 『매년 수능시험이 끝나면 환자가 급증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병원의 입시장애증후군 입원환자는 80명, 통원환자는 1백명도 넘는다.
입시장애증후군 증상 중 가장 심한 것이 「정신분열증」. 1년째 입원중인 이모군(19)은 소위 명문대 1학년이다. 하지만 서울대가 아니면 모두 2류대학이라고 믿고 있다. 이군은 고3까지 전교 1등을 다투던 수재로 지난해 수능시험 직후부터 환청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너는 서울대 감이야」라고 귓가에 울리는 환청은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으로 발전했다.
입시장애증후군의 또 다른 종류는 통칭 우울증으로 불리는 「신경증 장애」.
시험에 대한 걱정으로 잠이 안오고 불안하고 초조한 증상이다. 괜히 눈물이 나오고 서럽고 공부해야 한다는 의무감만 더해갈뿐 의욕이 없어진다.
내과에서 아무리 검사해도 결과는 「정상」이다. 우울증은 흔히 자살시도로 연결된다. 시험을 전후해 같은 행동과 생각을 반복하는 강박신경증도 심각하다. 고2인 심모군(17)은 학기초 학교에서 채변봉투를 걷는걸 본뒤 「더럽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화장실에서 두시간 동안 비누로 손을 씻고 나오면서도 문고리에 묻어있을 병균을 생각하면 참을수가 없었다. 입시장애증후군에는 외관상 멀쩡하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일을 저지르는 「입시유발 비행」도 있다.
입원치료중인 김모군(18) 역시 고1까지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지만 올해초 가출했다. 유흥가를 전전하며 술, 담배를 배우고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김군을 설득하다 지친 부모는 정신과의사와 상담했다. 그제서야 김군이 입시장애증후군 환자임을 알았다. 입시유발 비행은 대부분 약물중독으로 이어진다. 이 정신병원에는 10대 약물중독 환자가 30명 넘게 입원해 있다. 이들은 본드 부탄가스 진해거담제 벤졸을 가까이 하고 대마초에도 손댄다.
한 정신과 의사는 『입시장애증후군 환자에게는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부모를 참가시키는 집단상담등으로 집중치료해야 한다』면서 『학부모의 맹목적 진학욕구가 완화되지 않는한 입시장애증후군 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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