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25∼36가 일대에는 2천여개에 이르는 한인업체와 업소가 몰려 있다. 코리아타운으로 통칭되는 이 지역은 교포들이 온 몸으로 부딪치며 엮어온 이민사가 농축돼 있는 곳이다. 살아 온 세월의 곡절이 간단찮은 만큼 할 말도, 들을 말도 많은 곳이다. 한국기업과 한국제품에 관한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이 일대 상가에서조차 음식말고는 한국산 찾아 보기가 어렵게 됐다는 말은, 한국제품이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기 시작한 몇년전부터 있어 온 이야기여서 새삼스러운게 못된다. 이들도 한국제품이 품질면에선 일본이나 다른 기술 선진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작 문제는 현재의 품질수준마저 갉아먹는 마케팅및 공급체계의 원시성, 애프터 서비스의 결여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기업의 세일즈전략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기 그지 없다. 미국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물품주문을 하면 대뜸 『교포입니까』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몇개 주문하실건데요』란 다음 질문도 한결같다. 첫 거래의 경우 물품수량이 최소한 몇십개 단위를 넘지 않으면 『한번 내보내 보죠』로 이어진다. 그리고선 종무소식이다. 일본은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전화 한통이면 즉시 달려 온다. 신용만 확인되면 수량은 다만 몇개라도 마다 않는다.
한국기업들이라고 해서 외국기업들의 세일즈전략을 모르는건 아니다. 실무자들은 문제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시간만 때우고 서울로 돌아가면 되는데 괜히 잘 해 보겠다고 여기 저기 물건을 내보냈다가 사고가 나면 나만 손해 아니냐』 『내 돈 들여서 뛰어다니며 물건 팔 순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대량주문이 가능한 업체따위에 원가이하로 넘기는 「물량떼기」판매에 안주하는 한 한국제품이 갈 곳은 없다는 지적에 기업들은 귀기울여야 한다.【뉴욕=홍희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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