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예약땐 75불… 200불 웃돈표도 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표값에는 「일물일가의 법칙」이 통용되지 않는다. 같은 표라도 값이 천차만별이다.
보통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입장료는 오케스트라석이 65달러(한화 약5만2천원)정도 한다. 간편하게 전화로 예매를 하게 되면 5달러가 비싸다. 거기에 전화예매업무를 독점하고 있는 「티켓매스터」사에 수수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표값은 75달러까지 오르게 된다. 인기뮤지컬의 표를 공연시간이 임박해서 구하려면 브로커를 통해야 한다.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는 티켓브로커들은 5∼10% 정도를 붙여서 팔도록 돼 있으나 2백달러이상까지 값을 높여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비싼 값에 표를 사는 경로가 있는가 하면 「미스 사이공」이나 「레 미제라블」같은 인기최고의 뮤지컬을 15달러에 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할인표 판매소는 타임스 광장과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설치돼 있는 「TKTS」부스이다. 「극장발전기금」이라는 비영리단체에 의해 운영되는 이 부스에서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함과 보고 싶은 공연의 표가 없을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을 감수한다면 보통 반값, 때로는 3분의 1값으로 표를 살 수 있다. 뉴욕시에는 또 「투퍼스」라는 할인쿠폰이 비치돼 있는 음식점이나 가게가 많다. 쿠폰은 매표소에서 표로 바꿀 수 있으며 25∼50% 할인된다. 극장발전기금의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은 표값 14달러에 우편수수료 1달러50센트등 불과 15달러만 내고 공연을 본다. 이밖에 학교할인프로그램, 단체할인혜택, 장애인에게 적용되는 휠체어티켓등 할인형태도 가지가지다.
이처럼 천차만별인 표값의 뒤편에는「권위」와 「실속」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뮤지컬제작자들의 고민이 놓여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한 것에는 아무도 흥미를 갖지 않는다」는 말은 브로드웨이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때문에 브로드웨이뮤지컬의 품위와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싼 값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갈수록 치솟는 제작비도 비싼 값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최근 무대에 올려진 「쇼 보트」는 지금까지 65달러를 넘지 않던 입장료수준을 깨고 75달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높은 가격은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부터 멀어지게 함으로써 경영악화를 불러온다. 사실 토미상을 받은 「스파이더 우먼의 키스」라든지 「크레이지 포 유」같은 작품들도 평일에는 기껏해야 70∼80%정도밖에 표가 팔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제작자들은 표면적으로는 높은 액면가를 유지, 품격을 원하는 고급관객을 만족시키면서 뒤편으로는 65달러씩을 내고는 뮤지컬을 볼 생각이 없는 「대중」을 끌어들여 수지를 맞추기 위해 각종 할인표를 팔고 있는 것이다.【뉴욕=김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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