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자유라는 고전적 테마를 다룬 장편 연애소설. 사랑과 결혼을 구속이라고 여기고 자유를 추구하는 남자주인공과 그가 만나는 여자들 사이의 미묘한 역학관계를 통해 현대인의 풍속도와 내면세계를 파헤친다. 자유의 폭을 넓혀주는 사랑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소유욕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랑은 결국 상대방을 고독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묘사해 나간다. 「영원한 자유인의 전형」이라고 카사노바를 추앙하는 29살의 샐러리맨 박준영은 군대 훈련 때도 애인 이름 대신 「자유」를 외칠 만큼 속박을 싫어한다. 그는 영어회화학원의 외국인여강사, 이혼녀, 직장 동료 여직원들과 사귀지만 그의 관심사는 오직 정신이 배제된 육체적 탐닉뿐이다. 외국인 여강사가 어느날 사랑한다고 말하자 박준영은 기겁을 하고 도망쳐버린다. 박준영은 결국 직장 여자동료와 결혼해 아늑한 가정의 꿈을 키우지만 거기서도 아내의 욕망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다. 혹시 남편을 잃지 않을까하는 아내의 의부증적인 자세에 다시 탈출을 생각하는 것이다.
소설 「겉옷과 속옷」등 추악하고 어두운 현실을 밝히는 작품을 써 온 원재길씨(35)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문학동네간·5천8백원【김병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