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태조 이성계가 서울을 도읍지로 정한 29일 우리시대를 표상하는 6백점의 문물이 타임캡슐에 담겨 남산기슭에 묻혔다. 이날 매장된 6백점은 대체로 우리시대를 표상하는 것들이다. 타임캡슐을 굳이 묻지않아도 우리시대의 역사는 현재의 과학과 기술로도 얼마든지 기록화할 수 있고 전문사가등에 의해 후세에 전해질 수 있어 역사에서 유실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땅을 파고 물건을 묻는 상징성짙은 이 작업을 애써 벌였다. 그것은 오늘을 증거할 수 있는 또하나의 산 역사이기 때문이다.
타임캡슐매설행사는 대통령등 1천여명의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벌어진 잔치마당같은 이벤트였지만 참석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은 이날 광경을 지켜보며 후손들이 우리시대를 어떻게 평가할까라는 심각한 자문에 빠졌을 것이다. 후손의 평가라는 무거운 생각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것은 4백년후의 까마득한 미래를 향해 던져진 못미더운 자화상 때문일 것이다. 한강다리붕괴같은 온갖 대형사고, 끝없이 터지는 세금횡령같은 온갖 비리와 사회모순등… 오늘의 부정적이고 부끄러운 모습들도 타임캡슐에 지면으로 담겨 후세에 전해진다.
타임캡슐매설행사는 서울시가 정도6백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행사로 기획한 것이지만 시의 초라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행사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을 서울시민의 날로 정한뒤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기획했지만 성수대교붕괴사고로 무산됐다. 행사뿐인가. 전임시장이 검찰에 소환되고 신임시장이 10여일만에 물러나고 직원들이 구속됐다. 서울시는 대축제에 들떠있다 「재앙」을 만났다.
행사에 참석했던 시공무원은 『타임캡슐과 함께 올해의 악몽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악몽을 묻고 새로 시작하고자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오늘을 묻는것이 오늘을 잊자는 것으로 혼동돼서는 안될 것이다. 잘못을 시정하면서 새출발하는 것이 타임캡슐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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