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리빙 등 생활관련 정보는 풍부 지난 주 큰 사건으로는 남산 외인아파트 폭파철거와 종암1동 육교붕괴, 부천시 세금횡령사건과 「세계화」선언, 수능시험이 있었고 작은 사건으로는 지하철 2호선 선로 파손사건과 114 유료화, 그리고 국회공전과 국회의원 광고출연 금지뉴스가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모두가 사실은 서로 긴밀히 맞물려있다는 점이고, 유감인 것은 그것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우선 남산 외인아파트 폭파를 다루면서 한국일보를 비롯한 국내언론들은 마치 범시민적 축제를 취재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을 뿐, 그 이면에 내재한 문제점들의 추적과 탐색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20여년 동안이나 남산의 경관을 가로막고 있었던 외인아파트의 철거는 우리 모두가 환영해야만 할 일이다. 그러나 결국은 철거해야만 했던 건물을 애초에 거기에 지은 사람들은 누구이며, 건축과 철거에 들어간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책임은 또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폭파순간에 환성을 올렸던 사람들은 바로 그 옆에 중간이 무너져내린 성수대교가 무관심속에 서있고, 그 때 원통하게 죽어간 수많은 시민들의 원혼이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기억하고 있었을까. 또 성수대교의 붕괴로 인해 낭비된 세금의 액수는 도대체 얼마일까. 국민의 세금을 그렇게 낭비한 사람들이 과연 인천이나 부천의 세금도둑들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한국일보의 장명수칼럼마저 없었다면, 그나마도 그런 문제들을 간과하고 넘어갈 뻔 했다.
하나는 저절로 파괴되었고 또 하나는 폭파시켰지만, 성수대교나 외인아파트는 결국 둘다 무너져내리는 우리 사회를 상징해주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육교붕괴나 부천 세금도둑 사건에도 별로 놀라지않는다. 그리고 정부가 말하는 「세계화」가 과연 이와같은 국내상황에도 불구하고 가능할 것인지 의심과 회의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또 연례행사로 치러진 수능시험 관련기사들을 보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세계화」보다 대학입시의 개선이 지금 더욱 절실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국수주의와 관료주의의 구태를 아직도 못벗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세계화」가 필요불가결한 것이라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조금 전까지 외쳐왔던 「국제화」와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그리고 21세기위원회와 세계화위원회는 또 어떻게 다른 것인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어리둥절해 있다. 그러나 요즘 날마다 「세계화」를 요란하게 다루고있는 언론들은 아직도 그것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못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은 사건들 역시 큰 사건들과 맞물려 우리사회의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아시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의 국회의사당은 여전히 파행을 계속하고 있고, 우리의 국회의원들은 아직도 상업광고와 텔레비전 드라마에 버젓이 출연하고 있다. 외국의 국회의원들이 상업광고나 드라마에 배우로 출연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언론이 지적해주어서 시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여당의원들이 행정부의 시녀노릇을 하거나, 여당 단독으로 국회를 열거나, 날치기 통과를 하는 구태를 재연하는 것 역시 「세계화」에 역행하는 처사임을 알려주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된다.
외국처럼 전화번호부를 가정에(적어도 아파트단지에라도)배부해주는 서비스 또는 의무조차 방기한 채, 114 사용료부터 징수하겠다는 한국통신의 방만한 태도 역시 언론이 나서서 비판해주어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는 연예기사와 쇼핑, 리빙등 생활정보와 교양을 주는데는 뛰어나지만, 위와 같은 문제들을 심도있게 파헤치는 데에는 다소 미흡하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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