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화」 「초혼」 등 7곡 연주 작품세계 소개 민족작곡가로 재평가되고 있는 월북 작곡가 김순남(1917∼1986)의 작품세계가 일본에서 집중 조명된다.
일본의 아시아현대음악협회는 12월 2일 일본의 동경문화회관에서 「아시아의 전통과 현대」를 주제로 연례음악회를 연다. 이 음악회는 1부에서 김순남의 가곡 7곡을 들려주고 2부에서는 「작곡가의 초상」이라는 주제로 그와 동시대에 활약했으며 현대일본음악에 영향을 끼친 일본 작곡가와 대만 신예작곡가의 실내악곡을 김순남의 작품과 함께 소개한다. 김순남의 가곡이 일본에서 연주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 첫선을 보이는 그의 가곡은 「산유화」 「초혼」 「진달래꽃」 「상열」 「탱자」 「철공소에서」등 해방공간에서 작곡된 7곡. 그 가운데는 김순남이 정부의 검거령에 따라 도피중이던 47년 무렵에 딸(방송진행자 김세원씨)을 위해 직접 가사를 짓고 곡을 붙인 「자장가」도 들어있다.
노래를 부를 이는 바리톤 김성길교수(서울음대 성악과)이며 반주를 달톤 볼드윈이 맡는 것도 이채롭다. 볼드윈은 바리톤 제럴드 수제, 소프라노 제시 노먼등 세계적인 성악가의 전문반주자이다. 볼드윈이 한국작곡가, 그것도 김순남의 곡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 『무척 끌리는 곡이다. 하지만 동양적 정서가 짙게 배어 잘해낼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김교수는 볼드윈의 소감을 대신 전했다. 실내악곡으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이중주」를 일본 연주자들이 연주하며 일본작곡가 이케노우치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 대만작곡가 왕사아의 「주제와 변주」가 함께 연주된다.
김순남은 경성사범을 거쳐 일본 구니다치음악학교와 제국음악학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했다. 그는 유학중이던 40년에 「일본현대작곡가연맹 창립 10주년 기념 작곡발표회」에 위촉작곡가로 초빙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42년 귀국후에는 「산유화」 「탱자」등 현대음악의 기법과 전통음악의 정서를 살린 가곡을 발표하여 민족작곡가로 각광을 받았으나 좌익활동과 관련하여 48년 월북했다. 월북직전에는 미군정의 음악고문인 헤이모위츠가 「조선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존경, 줄리아드음악원 유학을 주선했으나 김순남이 거절했다. 월북후 52년 모스크바음악원에 유학, 하차투리안에게 배웠다. 당시 하차투리안이 「내가 배워야 할 사람」이라고 그의 천재성을 격찬했으며 쇼스타코비치는 『조선에도 이런 작곡가가 있었느냐』고 감탄했다는 일화도 전한다. 그럼에도 김순남은 53년 북한으로 소환되어 55년 숙청되었으며 83년에 폐병으로 숨졌다.우리나라에서는 88년 해금됐다.
91년 시작되어 올해로 4회를 맞는 「아시아의 전통과 현대」음악회는 그동안 대만 일본 한국의 현대음악작곡가들의 작품을 함께 소개해왔으나 올해는 김순남 한사람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음악회를 기획한 강석희교수(서울음대 작곡과)는 『오늘날에도 그만한 가곡을 찾기 어려울 만큼 그의 음악은 훌륭하고 신선하다』고 말했다.【서화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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